[조세공약 분석] 이명박 후보-④유류세 인하

④-[서민경제] 유류세 10% 인하…대안은?

소비자 부담 경감-가격인하 효과 불투명‥실효성 논란
정부 "유류세 인하불가 원칙 고수, 검토도 않겠다"
李측 "고효율 에너지정책, 정유사 불공정 거래관리 강화"

지난 여름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조세분야를 뜨겁게 달궜던 유류세 인하논쟁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제2라운드를 맞을 기세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유류 관련 세금들을 일제히 인하한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은 것.

이 후보측은 구체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하고, 영업용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 대한 LPG 특별소비세 등의 세금을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문제는 소비자들의 유류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핵심 사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50%에 달하는 유류 관련세금 비중을 낮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과 산업계의 어려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종량세(ℓ당 일정액을 세금으로 부과)인 유류세 구조상 가격인하 효과로 나타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유류세 10% 인하, 택시·장애인 LPG 특소세 면제‥'서민생활 보호' =이 후보는 현재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를 10% 인하해준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아울러 영업용 택시에 대한 LPG 특별소비세와 장애인용 차량에 대한 LPG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등을 모두 면제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류세 부담을 낮춰 서민생활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이 후보가 제시한 유류세 관련 공약의 기본 전제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높은 유류가격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심한 상태에서 현행 유류세를 10% 정도 인하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유류세 인하효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나라 유류세 얼마나 되나?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ℓ당 744원, 경유는 ℓ당 528원의 종량세 구조로 돼 있다.

'에너지 데땅뜨(Energy Detente)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평균가격(2007년 5월 기준)은 ℓ당 1538원이었으며, 이 중에서 세금은 930원을 차지했다. 경유 평균가격은 ℓ당 1239원, 관련 세금은 633원이었다.

가격대비 세금비중은 휘발유 60.5%, 경유 5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각각 11위, 12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53.8%, 46.8%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760원, 세금은 116원으로 15.3%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일본은 리터당 1034원, 세금은 480원(46.4%)이 부과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류 관련 세금이 미국의 8배, 일본의 2배에 이르는 셈.

지난주 석유공사가 발표한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1535원으로 5월 당시보다 ℓ당 3원 감소했으나, 경유는 지난 7월 시행된 제2차 에너지세제개편방안에 따라 ℓ당 1286원으로 47원 가량 증가했다.

□ 정부, "유류세 인하시 세수감 1.9조, 실효성도 없다"‥'不可원칙' 고수 =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유류가격 세금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며, 유류세를 내린다고 해서 가격인하 효과로 나타나기가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재정경제부는 이 후보의 공약대로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조9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감소하게 되며, 휘발유 및 경유의 가격인하 효과는 각각 ℓ당 80원, ℓ당 55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재경부는 "주유소 별로 유류의 가격차이가 크고 가격이 자율화돼 있어 세율을 인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소비자 가격인하의 지속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예상했다.

또한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 유류에 대한 종량세 과세체계 및 원화강세와 같은 환율요인 등으로 국내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재경부의 유류세 인하 반대논거다.

즉 유류세 인하보다는 시장가격 원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이 요구되며, 선진국들도 세금인하보다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유류세를 내리는 일은 '검토'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 유류세 인하로 서민부담 덜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 측면에 대한 지적과 함께,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유류세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류세는 리터당 세금이 매겨지는 종량세이기 때문에 인하하더라도 유류가격은 크게 낮춰지지 않는다"며 "유류세를 낮춰도 정유사의 가격구조에 따라 다시 오를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조세학자는 "현재 유류세율은 그대로 유지해도 국제유가가 오르면 유류가격이 늘어나게 돼 세부담과 세수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유류세 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분명 있으며 소비자들의 세부담을 줄이는 측면에서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교수도 "유류세 인하로 인해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며 "최소한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 수준으로 유류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우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조9000억원의 세수감이 예상된다는 정부의 계산은 유류세 인하를 통한 유류소비량 증가로 나타날 생산유발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며 "정부가 세수확보 차원에서 유류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한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에너지 소비정책에 역행하고, 소비자가 아닌 정유사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류세 인하로 인해 유류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고효율 에너지정책과 같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정유사의 이익문제도 정부가 불공정 거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