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세청의 경우에는 조세행정 전반의 문제점 외에 '자료제출 미비'에 대한 지적이 매년 심심찮게 제기되는 단골 소재로 꼽힌다. 국감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는 게 국회의원들의 불만이다.
16일 국회와 국세청 등 경제부처에 따르면 올해 국감이 내달 17일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국회의원실의 대정부 국감을 위한 자료요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세청의 경우 유독 자료제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자료제출실적이 미진한 것은 국세기본법에 의한 개별 납세자의 정보공개 금지와 집계가 곤란한 통계자료, 대외비 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세기본법(제81조10항)에는 세무공무원에게 개별 납세자의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조세행정과 재판 목적을 제외하고는 과세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조항이 자료제출 미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국세청에 자료요청을 하더라도 "000는 개별과세정보로서 국세기본법 규정에 따라 답변 드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은 "000는 별도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지 않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으로 돌아오는 답변은 이미 의원실에서도 달달 외우고 있는 멘트일 정도.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국세청이 제시간에 제대로 제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각 의원실의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국감을 앞두고 국세청 간부들을 중심으로 '잘 봐달라'는 인사만 난무할 뿐, 정작 자료제출에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주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회를 방문해 "자료가 아예 없는 걸 어떻게 주느냐"며 자료제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재경위 소속의원실 한 보좌관은 "아무래도 국세청이 자료를 안주는 것은 고위 관계자 선에서부터 지시가 내려진게 아닌가 하는 궁금증 마저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국감은 각종 비리와 의혹에 대한 검증이 핵심 이슈로 떠오를 예정인 가운데, 국세청은 물론 각 부처들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료는 '없으니 못 주겠다'식의 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부실 국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약관화 한 것.
'없어서 못준다'는 말이 맞는지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있는데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국회의 감시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거나 또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