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실시된 국세청 세무조사 끝에 자칫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 당할 위기에 몰린 하나은행은 엎친데 덥친 격으로 최근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변양균 청와대 前정책실장과 가짜 박사 신정아씨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입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위원장 김창근)로부터 김종열 하나은행장이 최근 수차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당한 데 이어, HSBC와 론스타간 외환은행 지분인수 합의로 외환은행 인수 꿈마저 멀어져 가고 있다.
은행계는 이같이 악재가 겹친 하나은행이 어떻게 난관을 돌파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매년 수십억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해 오면서 미술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변 前실장의 부산고 2년 후배이다.
신정아씨가 관련된 성곡미술관에 하나은행이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어 지난 3월엔 아예 신정아씨를 미술품 구입을 위한 자문위원으로 위촉, 이 과정에서 前실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를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하나은행은 올 하반기 100억원대의 미술품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간 100억원 대에 이르는 미술품을 구입해 왔었느냐는 질문에 "구입한 것이 아니고 구입할 계획이라는 말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들어 미술품을 산적은 없다"면서 "올 하반기 미술품을 구입하려 했는데, (최근 신정아씨 파문 등으로)미술계 사정이 좋지 않아 구매계획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미술품을 구입한 목적에 대해선 "은행에는 기본적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이 넘는 VIP고객들이 많다"면서 "이들의 취향과 분위기에 맞춰 본·지점 로비에 미술품을 걸어놓고, 조각품 등은 연수원 등에 진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성곡미술관에 왜 후원을 했고 또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신정아씨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성곡미술관에 대한 후원은 일상적인 것일 뿐"이라며 "자문위원이 여럿이어서 신정아씨 의견이 미술품 구입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열 은행장에 대한 노조 고발과 변양균씨를 매개로 한 신정아씨 지원의혹에 따른 검찰수사, 그리고 1조원 대에 이르는 국세청 세무조사 추징액 조치가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 2007년 가을 하나은행의 현주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