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실 김모 행정관으로부터 "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 4월 행정자치부에 울주군 흥덕사 관련 특별교부세 10억원 집행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변 전 실장 역시 영배 동국대 이사장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이런 지시를 했음을 시인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흥덕사는 문화재가 있는 전통사찰이 아니라 음식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4년 5월 영배 스님이 창건한 사찰이어서 법적 지원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변 전 실장이 이런 지시를 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동국대측이 신정아씨 학력위조 의혹을 묵살한 올해 2월 이사회 직후여서 두 사건 사이에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불자회장을 맡았던 변 전 실장은 본인이 다니는 과천 보광사 주지 종훈스님을 통해 종훈스님과 같은 보림회 파벌소속인 영배 이사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무마하거나 신씨의 동국대 임용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변 전 실장이 영배 이사장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흥덕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5월 울주군청이 흥덕사에 사찰 내 진입로 개설 명목으로 10억 원을 배정한 뒤 영배 이사장이 5월 29일 "신정아씨의 박사학위가 진짜이며 장윤스님의 의혹제기가 잘못됐음이 확인됐다"며 동국대 이사회에 장윤스님 해임안을 상정해 통과시킨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또 영배 이사장이 6월 신씨에 대한 의혹 제보와 학내 내사 진행을 보고받았으면서도 올해 7월 2일 불교계 매체 간담회에서 "신씨의 학위는 가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점에 대해서도 '은폐 시도' 의혹이 일고 있다.
동국대는 7월 8일 신정아씨 학력위조 의혹에 관한 연합뉴스의 첫 기사로 불교계 바깥에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에도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7월 11일 연합뉴스가 신씨의 캔자스대 학·석사 허위학력을 확인 보도한지 6시간 뒤에야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해 자체조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신씨는 6월 하순 동국대에 사표를 내고 출국했다가 다시 귀국해 6월말과 7월초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발 절차에 응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 때문에 "신씨가 학내 일부에서 내사를 시작하니 사표를 내고 해외로 갔다가 모종의 '언질'을 받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모집에 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일 신씨가 학력위조 사건이 들통날 것을 알았다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직 응모에 지원해 문제를 스스로 키웠을 리 만무하며 이는 영배 이사장 등 동국대 고위층의 '석연치 않은' 태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변 전 실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나는 아직까지 신정아씨의 학위가 진짜라고 믿는다"고 말한 점도 이런 정황과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또 변 전 실장이 흥덕사 외에도 여러 불교 사찰에 국고보조금 등 예산이 지원되도록 한 사실을 밝혀내고 외압·청탁 의혹과 신정아씨 사건과의 관련성 등을 조사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