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모씨 등 92명의 응시자들은 21일 법무법인 정일을 소송대리인으로 해 재경부 장관을 상대로 공인회계사 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와 관련된 행정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씨 등은 청구서에서 "7월 초 시행된 올해 42회 공인회계사시험 2차시험 결과 합격자(830명) 중 최저득점자의 평균득점인 61.20점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1~2개 과목에서 매과목 배점의 6할 이상을 득점하지 못해 불합격했다"며 "이 같은 결정은 신뢰보호 원칙 등에 위반되는 만큼 불합격처분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추석 연휴 직후 행정소송도 제기키로 했다.
정씨 등은 올해부터 달라진 시험제도로 인해 합격자 결정방법이 과거 상대평가제에서 절대평가제와 부분평가제가 혼용된 방식으로 바뀌었으나 재경부 장관의 위임을 받아 시험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설명회 등에서 제도 변경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응시자들이 제대로 시험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인회계사 2차 시험 합격 기준은 작년까지는 5개 과목 중 과락(40점 기준) 없이 고득점자 순으로 최소 1천명 이상을 뽑는 상대평가제였으나 올해 부터는 과목당 6할 이상(100점 만점일 경우 60점 이상)을 받으면 무조건 합격하는 절대평가제도로 변경됐다.
다만 단서 조항에 따라 합격자 수가 최소 선발 인원(750명)에 미달하면 40점 과락을 기준으로 총점 순으로 부족한 인원을 뽑게 된다.
그러나 올해 2차 시험 결과 과목당 6할 이상 합격자 수가 최소 선발 인원보다 많은 830명에 달하자 단서 조항에 따라 총점 순의 절대평가제로 합격을 기대했던 일부 수험생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실제 과거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과목당 6할 이상 득점자 수는 평균 100~300명 안팎의 소수였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금감원이 설명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최근 수년간 경험상 절대평가제에 따른 합격자수는 많아도 3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도 최소 선발예정인원에 미달하는 수백명을 상대평가로 선발할 것으로 단정해 이를 믿고 시험준비를 해온 응시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한 처분인 만큼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경수 변호사는 또 "새로운 합격자 결정 기준은 수험생에게는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피청구인이 합격자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등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가능하다"며 "이는 법치행정 원리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