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은행법상 국내 은행으로 분류된 은행들이 감독당국에 의해 외국계 금융회사로 분류되면서 차별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의 특수관계자 거래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해 금융회사들에 배포했다.
금감원은 외국계 금융회사가 특수관계인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국내 법규를 위반하거나 손익구조를 왜곡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모범 규준을 제정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모범규준에서 외국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외국인이거나 외국인 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넘는 등 외국인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를 외국계 금융회사로 정의하고 한국외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푸르덴셜투자증권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은행권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은행 외에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도 외국인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유로-퍼시픽 성장 펀드(Euro-Pacific Growth Fund)가 최대주주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19일 현재 82.6%로 론스타 펀드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외국인 지분율 80.4%를 웃돌고 있으며 각각 테마섹 계열 앤젤리카 인베스트먼트와 BNP파리바가 최대 주주인 하나지주와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73.7%와 58.6%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특수관계인과의 부당 거래를 방지하려면 모범 규준을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은행 모두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또 금감원이 임의로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한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법 제58조는 외국금융기관을 '외국법령에 의해 설립돼 외국에서 은행업을 영위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물론 한국씨티, SC제일은행 모두 국내법령에 의해 설립됐기 때문에 국내은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외환, 한국씨티, SC제일은행을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중은행으로 분류하고 이들 7개 은행을 정사원 은행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HSBC, BOA, JP모건 등 36개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준사원 은행으로 분류해 국내외 은행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로 외국금융기관과 국내금융기관으로 나눈다고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계'로 임의 분류한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며 "외국인 임원이 적다고 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외자 정서가 반영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국인 임원이 많다고 해서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국내 정서에 반하는 경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부당 거래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되면서 해외 본사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모범규준이 법적 강제성은 없다"며 "다른 금융회사들도 부당 거래 가능성이 엿보일 경우 해당 감독국과 협의해 대상 조정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