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조세개혁] 세목통합-'현실'과 '이론적 가능성'의 문턱
세목 30→14개로 축소, 지방재정·지방분권 촉진
목적세 대폭 정비 핵심‥지자체 간 불균형 최소화 관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지난 7월 'MB의 조세개혁-경제와 서민을 살리는 세금'이라는 조세공약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 후보의 조세공약은 서민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감세방안이 대거 포함돼 관심을 끌었다.
| 그러나 선거를 위한 감세정책뿐만 아니라 현행 조세체계를 뜯어고치는 개혁방안이 마련돼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세제간소화 차원에서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거론돼 온 목적세 정비 및 세목통폐합 방안이 그것. 이 후보측은 현행 법인세와 소득세 등 국세 14개 세목과 재산세와 취·등록세 등 지방세 16개 세목 등 30개 세목에 대해 목적세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추진, 전체 세목의 개수를 절반으로 축소해 지방재정 확충과 지방분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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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목을 절반 가량 줄이려는 것은 ▲목적세 정비 ▲동일 세원 중복과세 정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세수 중립 유지 등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 후보측 설명이다.
특히 국세·지방세 통폐합에 따라 열악한 지자체들의 지방세원 발굴과 지방재정교부금 확대 및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적극 이양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세목 통폐합'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가 제시한 공약에 따르면 국세 중 특별소비세, 주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지방세 중 레저세, 담배소비세, 주행세 등이 국세인 소비세로 통합된다.
또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 중 재산세, 자동차세, 도시계획세, 공동시설세, 재산할 사업소세 등은 지방세인 재산보유세로 통합되고, 지방세 중 취득세와 등록세는 취득세로 일원화된다.
지방세 중 주민세(소득할)와 사업소세(종업원할) 등은 지방소득세(지방세)로 일원화되고, 국세인 소득세와 지방세인 농업소득세는 개인소득세(국세)로 통합된다.
이밖에 국세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및 지방세인 지방교육세는 본세로 통합되는 대신 균등할 주민세와 도축세 등은 폐지된다.
다만 이 후보는 국세 중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인지세, 증권거래세, 관세와 지방세 중 면허세, 지역개발세 등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 외국의 세목·조세체계는?=재정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세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국세 14개, 지방세 14개 등 28개 정도의 세목에서 세금을 거두고 있다.
일본의 국세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토지세 ▲소비세 ▲주세 ▲담배소비세 ▲휘발유세 ▲석유가스세 ▲항공기연료세 ▲석유세 ▲자동차세 ▲관세 ▲톤세 등이며, 지방세도 골프장이용세, 수렵자등록세, 지방소비세 등의 세목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에서는 국세의 경우 세목이 10개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국세는 10개 미만이지만, 각 주별로 지방세를 다르게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조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조세구조는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 부가세(Sur-tax) 형태의 목적세가 많기 때문에 외국에 비해 세목이 많고 납세자 입장에서도 복잡하게 다가온다"며 "중복성이 있는 세목을 통합하면 조세행정과 세제간소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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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지방세 세목통합 '실현가능성'은?=국세·지방세 등 세목이 많다는 지적은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수차례 지적돼 왔던 사안으로 이 후보측에서는 조세개혁의 일환으로 세목통합을 통해 개수를 줄인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국세와 지방세를 통폐합해 세목을 줄일 경우 징세 효율성과 납세순응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다만 세목통합 과정에서 세수에 따른 문제해결 능력과 행정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목적세 정비의 경우 세목통합에 따른 실현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일부 세목의 경우에는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재산세 공동과세 추진에서 보듯이 세목별 수혜계층을 바꾼다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것.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세제단순화 측면에서 일부 세목에 대해 정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세목별로 비과세·감면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 혜택을 보다가 어느 한 곳에서 비과세·감면이 탈락할 경우 수혜를 입던 계층의 반발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세법관련 교수도 "차기 정부가 세목통합을 통해 개수를 줄여야 할 필요는 있지만 대선공약을 통해 한 정권의 단기과제로서가 아니라 조세정책 전반에 대한 장기적 과제로 보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측 관계자는 "조세제도는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징수하기 쉽고, 공평과 효율성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1970년대부터 유지돼 온 현행 조세체계를 21세기 국민소득 4만불 시대에 맞춰 선진형 조세제도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 국세·지방세 통폐합 '긍정적'=현재 지방세에 대한 재원은 자치단체 간 세원분포의 불균형으로 인해 재정력의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행자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 지방세 규모(잠정)는 38조732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이 중 지방세 16개 세목 중 지역개발세와 공동시설세 등 7개 세목은 1조원 미만이다.
또 지방세의 수도권 점유율은 58.9%(22조4000억원)에 이르는 반면 기타 지역은 41.1%(18조798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세목을 통합할 경우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지자체 간 불균형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지방분권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조세전문가는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쓸 수 있는 세금인데 이것을 누진으로 한다든가 국세로 가져간다든가 해서 가난한 자치단체로 나눠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재산세로 통합해 지방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무사도 "구체적인 검토작업 없이 세목통합이 이뤄진다면 지방 격차는 물론 국세와 지방세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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