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원래 악역, 매맞지 않을 수 있는 청렴함 필요"

[인터뷰] '감사대상' 받은 SK에너지 남대우 감사위원

"투명해지면 기업가치가 올라갑니다" 금년도 최고의 기업 감사인 남대우 SK에너지 감사의 감사철학이다.

지난 18일 상장회사협의회가 주최한 감사인 대회에서 감사·감사위원부문 '감사대상'을 수상한 남대우 감사는 누구보다도 감사업무에 노하우가 풍부한 인물. 신용보증기금 감사, 풀무원 상근감사, SK 감사위원, SK에너지 감사위원 등 네 번에 걸친 감사생활이 그의 이번 감사대상수상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용보증기금에서의 감사생활이 지금의 '남대우'를 만드는 가장 큰 기반이 됐다고 자평했다.

□ 사후 처벌보다는 예방하는게 더 중요

남 감사는 "신용보증기금에서 3년의 감사생활은 가장 잊지 못하는 인생의 일부분"이라며 "감사는 원래 악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맞지 않을 수 있는 청렴함과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감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감사시절 직원들이 복지비 명목으로 기금을 유용하는 것을 확인하고 일선 지점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의 자수를 설득하는 차분함과 치밀함을 보였다. 당시 상당수의 직원들이 그의 설득에 자수

했고, 복지비를 토해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실수도 많이 하게 되고 지적도 많이 당하게 된다"며 "감사는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사장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잘한 게 있으면 칭찬하고, 표창 상신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면 표창을 받고, 지하철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도 의인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물에 빠지지 않고 떨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라며 "감사의 역할 중에서도 예방하는 것이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 주주처럼 일하지 말고 주주가 되어 일해야

남 감사는 2000년 풀무원 감사직을 맡게 되면서 또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신용보증기금의 감사파트에는 수십명의 직원들이 있었지만 풀무원에서 감사라고는 달랑 혼자인 것이 현실이었다. 다른 대부분 기업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혼자서 뭘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회사에 당당히 '요구서'를 들이밀었다.

"방도 따로 만들어 주고, 일도 달라고 했다"는 그는 "법률상의 일 외에도 사전에 감사가 미리 챙겨봐야 할 서류들이 널려 있고, 바빠서 못 본 것들은 사후에라도 봐야한다"며 일을 만들어 갔다.

각종 회의에도 참여한 그는 "감사가 와서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업무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거기에 요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발언을 하면 그순간 이미 감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노하우를 전했다.

그는 또한 "주주총회에 가보면 주주처럼 일해달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많다"며 "감사라는 것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주주의 이익을 신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주처럼이 아니라 주주가 되자고 생각해서 풀무원주식을 사서 금감원에 신고도 하고 주주로서 감사노릇을 하겠다고 선포를 하니 사장들과 임원들이 생각을 달리 하더라"고 회고했다.

그가 특히 풀무원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적극적인 의견개진이었다. 2001년 9월경 풀무원의 남승우 사장이 승인하고자 한 안건에 과감히 문제점을 지적해 원점으로 돌린 적이 있었다.

창업사장이자 사주인 남 사장의 안건이 보류되자 '이사회가 진짜 이사회 역할을 하는 구나', '이사회 중심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되는 구나'하고 풀무원 임직원들 사이에 이사회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또한 이 사건은 두 달 후 똑같은 사안이 다시 안건으로 올라 왔을 때 남 감사 등에 의해 또한번 보류결정이 내려지면서 기업 신뢰도제고에 큰 발판이 됐다.

두 번째 보류결정이 있은 다음 주부터 풀무원의 주가는 끝없이 오르기 시작했고, 2001년 1만3000원에 불과했던 주가는 2003년 4만원대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남승우 풀무원사장이 투명경영상까지 받게 되는 쾌거로 이어졌다.

□ 실추된 SK신용 회복까지 이뤄내다

"SK에서는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했습니다." 2004년 SK감사로 임명된 남 감사에게 주어진 과제는 실추된 SK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SK는 당시 분식회계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회사의 존폐마저 생각해야할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남 감사는 감사위원회의 조직이 없고, 감사조직이 모두 사장 직속으로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감사가 보고를 받는 것도 아니고 공중에 떠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최태원

회장이 "이제부터라도 이행해보고 감사위원회도 잘 되도록 해보자"고 자세를 낮췄다.

SK감사로서의 가장 큰 성과는 'SK 사외이사 윤리강령'을 만든 것.

그는 "사장이나 감사위원 양쪽 다 SK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조직상 사장 밑에 있는 것일 뿐이다"라며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윤리강령을 만들어 발표했고 그때부터 주주들이 SK경영에 대해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K는 16년 이상 외부감사인이던 안건회계법인을 안진회계법인으로 바꿨고, 2005년에는 우수지배구조기업으로 증권거래소에서 상까지 받았다.

특히 2003년말 2만7000원대이던 주가는 금년 6월 13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의 신뢰회복 결과였다.

2005년 3월 SK의 주주총회당시 최대 이슈였던 최태원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건이 61대 39의 우위로 의결된 것도 기업 투명성의 제고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사회가 견제와 균형속에서 투명성을 추구하고 감사위원회는 투명성을 실현시키는데 앞장 선 결과 시장에서 감사의 역할과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장이나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것이 감사"라며 "감사를 선임할 때 기업의 편을 든다고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을 쓰는 것보다 일 잘하는, 감사 잘하는 감사가 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기업이 잘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투명성과 식품회사인 풀무원의 먹거리 안전성을 제고하고, 쓰러져 가던 SK의 신뢰를 회복시킨 그가 앞으로 풀어놓을 SK에너지 감사로서의 보따리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남대우 감사는?

▲1938년 경기 양주, 중앙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재무부 출자관리과장 ▲신용보증기금 감사 ▲신보창업투자 대표이사 사장 ▲금융개혁위원회 위원
▲가스공사 사외이사 ▲조폐공사 사외이사 ▲(주)풀무원 상근감사(00~03)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외이사 ▲SK㈜ 감사위원 ▲現 SK에너지㈜ 감사위원 ▲現 SK에너지㈜ 투명경영위원회 위원장 ▲現 상지경영컨설팅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