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서울은행 합병이후 3년간 법인세 고작 1.7% 부담
지난 2002년 이뤄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국세청과 하나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재경부의 고심의 저울추(유권해석)가 '역합병에 해당한다'는 쪽으로 기울면 하나은행은 개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합병의 방식으로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하기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당초 알려진 5조6000여억원보다 3조4000여억원 많은 9조1132억원이며, 서울은행을 사들인 하나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정경제부가 지난 1998년 서울은행에 출자한 7500억원과 예금보험공사의 예보채상환기금 출자액 4조9025억원(출연금 2216억원 포함),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사들이는데 들인 3조4607억을 합친 9조1132억원이 투입된 공적자금 총액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지난 1998년 출자한 7500억원 중 48억원만을 회수했을 뿐이며, 예보는 지난 2002년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받은 주식 6108만주를 1조4160억원에 매각하고 489억원의 배당을 받아 1조4649억원으로 공적자금회수 작업을 끝냈다.
재경부와 예보는 모두 5조6525억원을 들여 1조4697억원을 회수하는데 그쳤다. 여기서만 4조1828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며, 회수작업이 모두 끝나 더 이상 회수할 공적자금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3조4607억원을 들여 서울은행의 부실채권을 사준 자산관리공사의 경우는 이후 환매해제 1조6319억원과 부실채권매각액 2조8923억원을 합쳐 4조524억원을 회수, 5917억원의 이익을 낸 것.
결국 정부는 서울은행을 정상화시켜 매각하기위해 9조1132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 '48억원+1조4649억원+4조524억원=5조5221억원'을 회수했지만 서울은행과 관련 공적자금 3조5911억원을 손해봤다.
반면 이후 서울은행을 집어삼킨 하나은행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1999년과 2000년 수조원의 결손을 낸 하나은행은 2001년 겨우 607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기록했던 것이 합병이 이뤄진 2002년 무려 4561억원 그리고 ▲2003년 4928억원 ▲2004년 1조208억 ▲2005년 1조1681억 ▲2006년 1조4423억원 등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하나은행이 부담한 법인세는 2002년 1366억원이었지만 ▲2003년 29억원 ▲2004년 17억5900만원 ▲2005년 382억800만원으로 갑자기 뚝 떨어졌다가, 2006년에 들어서야 3511억3600만원으로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하나은행은 2002년 12월 합병이 이뤄진 이후인 2003년부터 3년동안 2조5344억원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을 냈지만 같은 기간 부담한 법인세는 429억원에 불과했다. 법인세 부담률은 겨우 1.7%였다. 이는 20~30%의 법인세를 부담한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결과다.
하나은행이 합병이후 이익이 급격히 올랐음에도 법인세 납부실적이 미미한 것과 관련 조세전문가들은 "합병당시 서울은행의 이월결손금은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세무조정과정에서 서울은행 이월결손금을 비용으로 공제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은행은 이와 함께 은행합병을 통해 나중에 상각을 통해 비용으로 계상,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영업권도 1754억19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당시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결국 하나은행은 합병대가로 1조4649억원을 들였지만 이월결손금 승계와 영업권 등으로 이를 상당부분 상쇄시켜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지만 국민의 혈세를 물 붓듯 쏟아 넣은 정부는 '남의 좋은 일'만 시켜주고 만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정상적인 합병으로 부담할 만큼의 세금을 부담한 정상적인 기업과 복잡한 거래를 통해 거액의 절세를 시도한 은행. 재경부 유권해석으로 조세정의가 실현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