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초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현직 세무공무원이 훔친 세무서장 관인을 이용해 국가소유의 땅을 팔아먹은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중부청 소속의 또 다른 세무공무원도 훔친 세무서장 도장으로 세무서통장을 따로 만들어 세금을 횡령한 사건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속초세무서의 담당 과장 그리고 계장 등은 체납세금을 거둬들이도록 결재까지 해주고도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문제의 세무공무원이 가짜 통장을 만들어 횡령한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가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 문제의 세무공무원은 파면됐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올 2월부터 3월말까지 중부지방국세청의 고소득자영업자와 유흥주점 등의 세원관리 적정성과 세무조사 및 처리과정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255명으로부터 161억7354만원의 세금을 덜 거둔 사실을 적발하는 등 세원관리의 허술한 실태를 찾아냈다.
감사원은 1일 "지방국세청의 주요 기능인 세원관리의 적정성과 세무조사의 공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중부지방국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벌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 세무서장 도장은 쓰는 사람이 임자(?)…또 도용사건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7월부터 2005년 2월말까지 속초세무서에 근무했던 7급 세무공무원 A씨는 세무서의 체납·결손관리가 주된 업무였다.
그는 2004년 9월 관내 체납회사가 금융조회결과 숨겨진 2개의 통장이 있다는 중부지방국세청의 통보를 받고 다음달인 10월 상급자인 과장과 계장의 결재를 받아 통장을 압류했다.
A씨는 이듬해인 2005년 1월 초 세무서장 관인을 훔쳐 속초세무서 명의의 계좌를 만든 뒤 압류한 통장과 관계된 은행에 해당 계좌로 채권압류대금을 보내줄 것을 요청, 해당계좌로 928만원의 체납세금을 받아 횡령했던 것.
감사원은 "A씨의 상관인 과장과 계장은 압류한 금융자산이 신속하게 추심되지 않고 있는데도 A씨를 그대로 두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결재까지 받아 압류된 채권이 어떻게 됐는지 A씨가 횡령하고 난 뒤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 중부청 관할 19개 세무서 외화평가엔 '속수무책'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선 외화차입금 등의 화폐성 외화부채에 대해선 결산일이 기준환율이나 재정환율로 평가해서 장부가액과의 차액을 익금 또는 손금에 산입한 뒤, 다음 결산일 또는 상환 때 반대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양세무서 등 중부청 소속 19개 세무서에서는 개인 100명과 법인 45개에 대해 신고내용만 믿고 외화평가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소득세 75억6342만원과 법인세 19억9215만원을 덜 거두는 등 기간별 세금징수가 정확치 않았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부족하게 징수된 소득세와 법인세는 추징하고 이미 더 거둔 소득세와 법인세를 환급하도록 조치, 약81억4923만원의 세금을 더 거두도록 통보했다.
■ 유흥주점 등 고소득자영자 과세의지 있었나
감사원이 중부청 관할의 유흥주점 등 과세유흥장소의 특별소비세 과세실태를 감사한 결과 중부청내 세무서 거의 모두에서 특소세 세원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특소세와 관련 유흥주점 등의 경영자는 매월 유흥음식요금과 산출세액 등을 신고서에 적어 다음달 말일까지 세무서에 신고하고, 부가가치세 신고도 별도로 해야한다.
세무서장은 제출된 신고에 대해선 특별소비세 세원관리를 위해 부가세 과세표준을 1.13으로 나눈 금액과 신고된 특소세 과세표준이 일치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이와 관련 감사원은 "중부청의 거의 모든 세무서에 해당하는 25개 세무서에서 이같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며 "감사원이 136개 유흥주점에 대한 확인결과 특소세 등 14억339만원이 부족징수, 중부청에 추징토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 세원관리 허술, 지방청이나 세무서 '오십보 백보'
감사원에 따르면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 2004년 5월부터 무려 석달 동안이나 인천의 B某씨 등 3인에 대한 상속세 조사를 벌였다.
현행 세법에선 상속재산은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에 의하되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매매사실이 있을 땐 그 가액에 따라 과세하지만, 그 매매가 특수관계자일 땐 이를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
그러나 중부청은 3개월 동안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B씨가 매매실례가액으로 신고한 것이 특수관계자간 거래임을 밝혀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상속세 8억9836만원을 덜 거뒀다.
중부청은 또 인천의 모회사 대표 C씨에 대한 서면에 의한 주식변동상황조사 과정에서 특수관계 사실을 밝혀내지 못해, 특수관계자의 주식 저가양수로 인한 증여세 3억9950만원을 거둬들이지 못했다.
또 고양세무서 등 9개 세무서에서는 농지대토로 인한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이뤄졌을 땐 철저한 사후관리로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비과세 세금을 추징해야 하는데도, 사후관리를 하지 않아 비과세요건을 어긴 27명으로부터 8억5271만원의 세금을 추징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동수원과 용인세무서 등에선 관내 납세자 5명이 부동산양도가액을 낮게 신고한 사실을 몰라 6억4786만원의 세금이 새나갈 뻔했으며, 춘천세무서 등 6개 세무서는 기부채납자산에 대한 세원관리 소홀로 부가가치세 7억7213만원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성남세무서는 납세의무자 5명에게 상여처분에 따른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하고서도 납부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징수시기를 놓쳤으며, 정상적인 징수가 아닌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하고 나서야 18억1960만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성남세무서 조사과는 사후관리를 위한 소득금액변동통지서 사본을 세원관리3과로 보내야 하는데도 이를 세원관리2과로 잘못 보내는 업무미숙을 보였으며, 세원관리2과는 이를 3과로 보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시기적절한 일처리가 불가능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