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국세청을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키울 우려"
예상대로(?) 국세청법 도입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쉽사리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제출한 국세청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양극단으로 갈라진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했다.
이 날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 전문가들의 입장은(이동식 경북대 교수, 김성렬 중앙인사위 인사정책국장,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 진재구 청주대 교수,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 권영준 경희대 교수) 찬성 3명·반대 3명으로 분명히 갈렸다.
□ '국세청법안' 어떤 내용인가?=엄호성 의원의 발의로 현재 재경위에 계류 중인 국세청법의 도입 논리적 배경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다. 그 핵심 장치가(법안의 핵심) 국세청장 임기제다.
엄 의원의 법안에서는 국세청장 2년 단임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도한 국세청장의 '내부승진제'를 법제화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위공무원단제도에서 국세청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내용도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국세공무원들을 '특정직공무원'으로 규정하는 한편 별도의 보수표를 만들어, 사실상 국세공무원들의 봉급을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 총론, 국세청법 도입-어떻게 보고 있나=국세청법 도입 자체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서 개별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는 "국세청은 대표적인 국가권력기관 중 하나"라며 "국세청법을 도입해 국세청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행정을 통해 국민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많은 권력자들이 권력을 잡기 전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외치다가도 막상 권력을 잡으면 세무조사의 힘을 권력유지에 이용한 사례가 많다"며 "국세행정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역사를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논리도 분명하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는 "(국세청법 도입은)국세청장 임용자격 제한, 국세공무원의 처우 및 권한만을 강화해 국세행정의 폐쇄성 및 권력기관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도 "정치적 독립성에 치중한 나머지 국세청에 대한 감독기능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립성 보장은 국세청을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정권말기 추진하는 것도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개별법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 각론, '국세청장 임기제·내부승진'-어떻게 보고 있나=그렇다면 국세청법의 핵심인 '임기제'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세청법 도입 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이동식 경북대 교수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임기제가 정치적 중립 확보의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의미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임기 2년은 다소 짧다는 의견과 함께 '내부승진'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이 교수는 "큰 병원의 원장은 수술을 잘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국세청장이 국세공무원 중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세청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민간인 또는 다른 공무원집단 중 유능한 인물이 국세청장에 임명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도 "국세청장의 인사교체가 정치적 영향에 따라 이뤄진다면 세무행정의 독자성은 지켜지기 어렵다"며 "통치권자의 의중에 의해 청장의 신분이 좌우된다면 정치적 영향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성렬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국장은 임기제 도입과 관련해 "현재 국세청장의 평균임기는 2년 11개월"이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경제여건 변화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 국민에게 정책적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내부승진제 제도화에 대해서도 "내부승진제는 경찰청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입된 예가 없다"며 "정무직 임명의 인력풀을 과도하게 제한해 대통령의 인사권 제약 및 공직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는 "임기제를 도입하면 국세청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임기제를 국세청장과 같은 정무직 임명직위에 도입하는 것은 대통령의 일관적 정책실현 및 책임확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이어 "다른 기관장(경찰청 등) 임기제가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내부승진제 또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국세청의 '특권집단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 각론, 국세공무원 '특정직화'-어떻게 보고있나=국세공무원의 '특정직화''에 대해서도 찬·반의견이 갈렸다. 박완두 세무사회 법제이사는 "국세행정은 전문성이 축적되어야만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며 특정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국세행정사무는 국가재정의 확보와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전문성과 우수인력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특정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임용·보수 등을 달리 정할 수 있게 되어 국세행정인력 운영상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식 교수도 "공직사회도 평등의 사고보다는 전문화된 공무원 등에게 좀 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인사·보수구조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재구 교수는 국세공무원 특정직화에 반대했다. 진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도 세무공무원은 대부분 일반직공무원 범주에 포함되고 있으며 (국세공무원들이)감사·관세 등 다른 일반직공무원과 비교할 때 특별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또 "특정직화를 통해 국세공무원들이 고공단에서도 제외된다면 고위 국세공무원의 세력화 및 폐쇄적 행정을 통한 행정신뢰 저하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도 "세무직이 현재 일반직내의 관세, 검찰사무 등 다른 직렬에 비해 고동의 전문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직화보다는 민간전문인들에게 문호를 개방, 시장 위에 무소불위로 군림할 수 있는 개연성을 견제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는 것이 더 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