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한 달여가 훌쩍 지난 현재,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는 물론 일선 세무서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는 모습입니다. 서기관, 사무관 승진과 관련한 '뒷이야기' 수준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가 왠지 심상치가 않습니다.
□ 석연치 않은(?) '특별승진'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는 국세청이 지난 1966년 개청한 이래 사상 최대규모로 이뤄졌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일반승진을 비롯한 '특별승진(발탁인사)'도 많았습니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취임 이후 내세운 인사운영 방침은 특별승진을 통해 젊고 유능한 직원들을 과감히 발탁, 하위직 출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고위직으로의 진출기회를 열어주겠다고 공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서기관, 사무관 인사를 통해 특별승진자(서기관 9명, 사무관 37명)들이 풍성하게 배출됐습니다.
그러나 서기관 특별승진자들의 면면을 놓고 볼 때 전 국세청장 스스로 자신이 내세운 인사운영 방침을 퇴색시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특별승진을 통해 서기관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 '함량미달'이라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승진할 만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특별승진자들이 다소 고참급(1951년∼1955년)에 속한다는 점에서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고위직 진출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전 국세청장의 인사운영 방침과 거리가 멀다라는 것이 인사후평의 한 축입니다.
인사권자가 특별승진을 소위 '챙겨주기식' 인사의 도구로 사용한게 아니냐는 불평도 들립니다.
사무관 특별승진자들을 놓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전 국세청장이 당초 내세웠던 사무관 특별승진 비율(승진인원의 15%±5%)을 훨씬 뛰어 넘는 37명의 특별승진자가 배출되는 바람에 일반승진 대상자들 중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며 입을 삐죽거리고 있는 것이지요.
또 어떤 지방청의 경우 특별승진자 모두가 일선세무서에서 배출되는 진기록을 세우며 뒷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 '호남'출신의 대약진 =승진자들의 '출신지역'도 꼬리를 무는 뒷이야기의 소재로 떠돌고 있습니다. 사무관 인사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서기관 승진인사는 가히 '호남출신의 대약진'으로 요약될 정도로 호남출신 승진자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지역 출신들이 뒤섞여 있는 본청과 서울청 소속 서기관 승진자 29명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호남출신들입니다. 이에 비해 대구경북 5명, 부산경남 1명, 충청 3명, 서울경기 3명, 강원 3명 등 지역분포를 보였습니다.
사무관 승진자의 경우 본청과 서울청 소속 승진자 51명 중 18명이 호남출신입니다(대구경북 13명, 부산경남 3명, 충청 6명, 서울경기 6명, 강원 4명, 제주 1명). 서기관 승진자에 비해 다소 호남 지분율이 낮지만 '강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국세청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본청과 서울청 소속 직원들 중 호남출신 인물들이 압도적으로(?) 많기때문입니다. 즉 특정지역 몰아주기 인사도 아니었고 다음 번 인사 때에도 승진적체가 심한 지역의 해소를 위한 지역편중 현상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인사가 모두 마무리된 시점에 와서 직원들에게 "사정이 이래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공표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잠자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인 모양입니다.
□ 특정인 대상 '타겟팅' 인사괴담도 '부유' =이번 서기관, 사무관 승진인사를 놓고 특정인을 타겟으로 삼은 인사괴담도 흘러다니고 있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매번 인사 때마다 제기되는 소위 '빽(뒷배경)'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인물은 행정부처의 중요직책에 앉아 있는 가족의 덕으로 승진을 했고 또 다음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요직으로 전보발령 받는 행운을 누렸다는 등 어떤 이는 정치권에 확실한 선(線)이 닿아 초고속 승진을 했다는 등의 미확인 소문들입니다.
그 동안 자신을 희생해 조직에 충성, 승진이라는 열매를 품에 안은 승진당사자들로서는 벌컥 화를 낼 일이지만 소문이 회자되는 것 만은 사실입니다.
□ '인사불평' 바닥정서까지 통제 불가능 =과거 국세청은 승진인사 때마다 무수한 인사괴담을 찍어내는 공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자리는 적은데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 일종의 '불균형 현상' 때문입니다.
또한 강력한 통제라인을 자랑하지만 승진을 눈앞에 뒀지만 자의에 의해서인지 타의에 의해서인지 소위 '물'을 먹은 이들이 부지기수로 생성되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바닥정서(불평·불만)'까지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일입니다.
국세청 통제라인이 인사가 끝나고 난 뒤 조직내 동향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조직안정에 주력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인사로 인한 불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직의 위계와 기강을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국세청 사람들은 인사결과에 승복하고 또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의례적으로 나오는 '소수의 불평'으로 치부하는 등 의연하게 대처하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이 같은 목소리는 다른 한편으론 조직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그 목소리가 시간을 거듭할수록 점차 작아진다면 조직 자체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인사권자인 조직의 장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목소리는, 설사 소수의 불만일지라도 소중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