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지난해 2005년 7월 대연정 제안 당시를 회고하며 "내딴엔 건곤일척의 카드를 던졌는데 그게 흑카드가 됐고, 수류탄을 던졌는데 그게 우리 진영에서 터져버렸다"고 말했다고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가 10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그때 내다본 것은 상대방이 상당히 난처해지고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일사불란하고 우리 쪽은 갑론을박이 돼 버렸다"면서 "거꾸로 총알이 그냥 우리한테 날라왔고..그러니까 그때부터 겉잡을 수 없이, 감당할 수 없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그해 6월24일 당.정.청의 여권 핵심부 11인 모임에서 자신의 연정구상을 의논했고, 당시 참석자들은 가타부타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그해 6월27일 한나라당이 제출한 윤광웅 국방장관 불신임안이 통과될 줄 예상하고, 이 경우 연정안을 제안하기로 하고 연정 계획을 담은 문서까지 만들어 참모들과 여권 관계자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막판 민노당이 부결쪽으로 돌아서면서 윤 장관 불신임안은 국회에서 부결됐고, 이때 연정안을 거둬들이려 했지만 고민끝에 "확 밀어붙였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그때의 '역풍'을 거론하며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 '아니 누구하고 합당한다고?' 이렇게 나왔다. 사실은 연정과 합당은 전혀 다른 것인데..그 때 (내가 전부터 상의해온 여권 핵심부) 몇몇이 그걸 수습해줘야 되는데, 아무도 수습을 안해주더구만. 그래 아이구 벌써부터 몸조심이나 하고, 그렇게 생각했다"라며 당시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2004년 탄핵전부터 대통령직 수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나는 이미 그때는 대통령으로서 거의 말하자면 힘이 다 빠져 버리고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재신임을 던진 것인데, 재신임도 되지 않았고..."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권력은 노무현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의 것이기도 한데 왜 '그만해버릴까'라는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역사라는 건 계기가 중요한 것이고 국가라는 것은 제도가 중요한 것인데, 내 정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봐서 통 크게 한번 하려고 했다"며 "물줄기를 그렇게 바꾸어 내는 그 하나가 5년 내내 두드려 맞아 가면서 주물러 쌓는 것보다는 기록상 확실하게 남는다. 말하자면 역사의 한 매듭을 확실하게 바꾸는 장이기 때문에 나도 크게 한번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선거구와 정권을 맞바꾸는 것"이었다고 노 대통령은 밝혔다. 대연정 제안 당시 중대선거구제와 비례대표 강화 협상안을 내놓았던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