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포상금 지급을 하지 않은 것은 탈세제보가 익명으로 접수됐고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민원이 제기된 뒤에야 제보자의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등 다소 궁색한 명분을 내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심판원은 11일 청구인 A씨가 자신이 근무한 회사의 탈세행각을 낱낱이 제보해 세금추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 탈세제보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국세심판청구를 심리한 결과 "포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현행 법상 개인 또는 법인의 탈세사실을 제보해 이를 바탕으로 일정액의 탈루세금 추징이 이뤄졌다면 1억원 범위 내에서 탈세제보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심판원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근무한 컴퓨터 도매업체가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비용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세청(세무서)에 제보했다.
A씨는 탈세제보 문건을 서면으로 직접 송파세무서 조사2과에 근무하는 조사관에게 전달하면서 신분노출을 우려, 익명으로 접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A씨는 담당 조사관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놓았으나 이 후 국세청(세무서)으로부터 조사결과 등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A씨는 세무서를 재차 방문해 세무서가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는 했으나 자신이 제보한 자료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 자료를 청와대에 제보했다. 청와대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경찰조사를 통해 탈세사실이 전부 확인됐고 세금추징으로 이어졌다.
이후 A씨는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 '국세청장과의 대화방'에 탈세제보와 관련한 포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되돌아온 것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A씨는 "국세청(세무서) 조사시 (제보자료에 대한)세금추징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도 제보자료에 근거한 경찰조사를 통해 탈세혐의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세청도 이를 토대로 추가적으로 세금을 추징했다면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국세청은 "탈세제보서류에 공식적으로 (제보자의)인적사항이 없었고 인적사항은 나중에 민원을 보고 알았다"며 "또한 경찰조사로 탈세사실이 확인된 내용도 A씨의 제보를 통해서인지 경찰이 해당 업체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포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 같은 주장은 국세심판원 조사에 의해 '거짓말'로 판명됐다.
심판원은 "세무서 담당 조사관은 제보자의 민원이 제기된 이후 인적사항 등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조사해본 결과 민원제기 이전 이 건과 관련해 검찰청에 출두해 진술을 하는 등 당초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이어 "당초 외형상 익명제보를 처리되었음에도 처분청이 그 신빙성을 인정했고 추후 경찰에 의해 탈세사실 등이 확인, 세금 추징이 이뤄졌다"며 "비록 탈세제보를 익명처리했다해도 정황상 (국세청이)이미 A씨의 신원을 이미 확인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익명제보를 이유로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심판원은 또 "국세청이 A씨가 제보한 자료가 탈세혐의를 밝혀낸 '중요한 자료'인지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경찰에 의해 탈세혐의가 모두 밝혀졌고 이를 토대로 재차 세금을 추징했다는 점 등에서 볼 때 탈루세액 추징에 중요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