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실패‥"송구스럽다"
대선후보 경제정책 '흠집내기'도
17일 참여정부 마지막 국정감사가 정부 각 부처별로 일제히 막을 올린 가운데, 정부과천청사에서 치러진 재정경제부 국감에서는 유류세 인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 남북경협자금조달 문제 등에 대해 여야의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유류세 인하의 경우 세수감소 및 국제적 추세 등을 우려해 인하불가 원칙을 고수했으나, 여야가 합의할 경우 인하여부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겨 유류세 인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반면 당초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검증문제는 각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흠집내기' 수준에서 1회전을 마쳤다.
□ 與野, 유류세 인하 정부 '압박'=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근 고유가 상황에서 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잇따라 제기, 정부의 기존 불가 입장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유가급등으로 서민경제의 주름은 깊어지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급등한 생활물가로 인해 고생하는 서민들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우려하는 세수감소부분도 그동안의 초과세수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를 감안하면 세수감소는 기우일 수도 있다"며 "국제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하고 서민·중산층은 20%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최근 고유가 추세를 감안,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채수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원감소를 우려해 인하할 여지가 있음에도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의문이 든다"며 "재원확보라는 목표에 가려 유류세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눈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의 송영길 의원도 "최근 달러화 약세를 감안할 때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선호현상이 이어져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내년에는 100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 100달러 시대를 대비해 국민의 유류세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유류세 인하 논리를 찾기 어렵다"면서도 "여야가 합의해서 주장을 한다면 생각해보겠다"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 참여정부 '세제강화' 부동산 정책실패 집중 질타= 참여정부의 '세제강화'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세금만 많이 거뒀을 뿐,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의원들의 질타도 잇따랐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참여정부 4년간 전국 땅값이 1365조5000억원, 아파트값은 456조원 상승했으며 부동산 관련세금은 100조원을 넘게 거뒀다"며 "정부는 늘어난 세금으로 재미를 봤지만 집 없는 서민과 기업들은 고통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각종 개발계획을 남발해 부동산투기의 원인을 제공하고 세금을 부동산 수요억제정책으로 사용하는 등 선무당식 엉터리 처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을 더욱 올려놨다"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투기꾼과 언론, 국민의 그릇된 인식 등 부동산 시장불안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시장규제로 일관했다"며 "그러나 지역간 양극화와 국민 고통을 가중시킨 채 정부의 세입만 늘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종구 의원도 "세금폭탄 등 무리한 정책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침체돼 연쇄적인 건설업계 영향이 우려된다"며 "임대주택 매입 등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는 부동산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이상경 의원 역시 정부가 부동산 정책만 발표하고 사후관리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05년 정부의 8·31부동산정책은 1세대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50% 중과지만, 이 가운데 얼마나 매물로 나왔는지 통계가 없다"며 "정책의 피드백 과정을 살피는데는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부동산 시장은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고 아파트 공급까지는 4~5년이 걸리는 시차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 대선후보 경제정책 '공격'=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직·간접적 공격도 이어졌다.
이목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 후보는 5년내 일자리 300만개, 즉 한해 6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고 하는데, 올해 5% 경제성장에 30만명 창출됐으니 (설명대로라면)10%는 성장해야 될 것"이라며 이 후보의 공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당 이상경 의원도 1990년대 초반 12차례의 대규모 토목사업에도 불구, 경기회생에 실패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경부 대운하로는 절대로 경기를 살리지 못한다"고 주장했으며, 문석호 의원은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거래 및 증여세 포탈 의혹, BBK주가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을 견제·감시하는 것인데, 한나라당 후보 공약을 가지고 질의를 하고, 부총리가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항의했고, 정의화 재경위원장은 "의원들의 양심을 믿는다. 각자 잘 판단해서 해달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에서는 정동영 후보의 경제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안택수 의원은 정동영 후보의 말을 인용해 "우리 사회가 현재 20%만 잘 살고 나머지 80%는 버려지는 사회인가"라며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심상정 민주노동당 후보는 권 부총리에게 "민생과 개혁을 약속한 참여정부가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70년대 토목경제를 외치는 이명박 후보가 나서고 있다"며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려는 경우인데, 책임을 느끼지 않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