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9명에 불과한 납세자가 낸 상속세의 액수가 4600억원을 넘는다면. 이 같은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낸 9명은 도대체 누구이며, 그들이 상속받은 재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당연히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 2004년으로 돌아가 보자.
2004년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수 천만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내국세수(징수결정액 기준-실제 수납액은 상이)는 123조3000억여원.
이 가운데 상속세 결정세액은 9540억여원이었다. 22일 국세청이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속세 결정세액의 48.5%에 해당하는 4627억6800만원이 달랑 9명의(1인당 500억원 이상) 호주머니 속에서 나온 세금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당시 상속세 과세대상 인원은 1808명이었고 이들이 물려받은 재산가액은 4조7919억27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이들 9명이 물려받은 재산가액은 무려 1조3431억600만원이었다.
수 천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십시일반, 123조3000억여원의(징수결정액 기준) 세금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9명이 전체 세금의 0.4%가량을 책임졌다는 것은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어마 어마한 세금을 낸 9명은 누구일까.
상속세는 사망한 친족 등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세금이라는 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부자들은 소위 '재벌가'로 불리는 기업인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 2004년 3월 각종 케이블 등 전선(電線)을 생산·공급하는 기업인 대한전선을 이끌어 왔던 설원량 당시 대한전선 회장이 타계했다. 故설원량 회장은 현 대한전선 고문인 부인 양귀애씨 등 유족들에게 재산을 남겼다.
故설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재산은 상장법인인 대한전선 주식 1297만여주와 부동산 등 3340억원 가량이었다. 유족들은 관할 세무서에 상속세로 1300억원을 넘는 세금을 자진신고, 납부했다.
지난 2003년 9월에는 교보생명 창업주인 故신용호 당시 교보회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故신회장도 유가족들에게 교보생명 주식 등을 포함 3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남겼다.
상속세 납부기한이 상속개시 후 6개월이라는 점에서 이들 유가족이 상속세를 납부한 시점은 2004년경으로 보인다. 이들 유가족이 국세청에 납부한 상속세액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1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지난 2004년 4600억여원의 상속세를 납부한 9명의 납세자들 중에 이들 두 재벌가의 유족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두 재벌가의 유족이 낸 상속세액만도 3200억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한편 지난 2005년에도 고작 6명의 납세자가 7710억9900만원의 재산을 물려받아(국세청 자료 기준) 1329억4900만원의 상속세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개인당 220억원 가량).
지난 2005년에는 박성용 전 금호그룹 회장과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각각 많은 액수의 재산을 유족들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