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서민 생활비 경감, 물가안정 기대
정유사 유통마진은 강력 규제·처벌 필요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그동안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이번 대책에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유가 인상이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책을 세울 것"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회에서 여론을 수렴중이고 세입 관련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할테니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밝혀 유류세 인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권 부총리는 지난 17일 재경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에 대해 "국제적으로 유가가 올라갔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여야가 합의해서 주장을 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국회에서도 세법 개정을 논의하는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유류세 10%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의원입법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유류세 인하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 우리나라 유류세 현주소는?‥기름값 절반이 '세금 덩어리'=현재 유류세는 휘발유의 경우 ℓ당 744원, 경유는 ℓ당 528원의 종량세 구조로 돼 있다.
'에너지 데땅뜨(Energy Detente)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평균가격(2007년 5월 기준)은 ℓ당 1538원이었으며, 이 중에서 세금은 930원을 차지했다. 경유 평균가격은 ℓ당 1239원, 관련 세금은 633원이었다.
가격대비 세금비중은 휘발유 60.5%, 경유 5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각각 11위, 12위를 차지했으며, OECD 평균인 53.8%, 46.8%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760원, 세금은 116원으로 15.3%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일본은 리터당 1034원, 세금은 480원(46.4%)이 부과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류 관련 세금이 미국의 8배, 일본의 2배에 이르는 셈.
이와 관련 국회 재경위의 유류세 인하법안 관련 검토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유류세 부담은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류세율을 인하해 유가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일정부분 덜어줘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혀져 있다.
□ 유류세 인하 어떻게 이뤄질까?=현재 국회 재경위 조세소위에는 유류세율을 10% 인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특별소비세법 및 교통세법 개정안(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이 상정돼있다.
특히 최근 고유가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내달 중순 재경위 전체회의 등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위 소속의 여야 의원들도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혀 관련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 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통세와 특소세의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교통세법 및 특별소비세법 시행령에서는 최대 30%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는 법정세율의 20% 정도의 탄력세율이 적용된 505원과 358원의 세금만 부과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교통세 탄력세율을 30%까지 확대하면 휘발유의 교통세는 현재보다 64원 인하된 441원, 경유는 41원 내려간 317원으로 감소해고, 여기에 붙는 부가세(Sur-tax)인 교육세와 주행세까지도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내달 1일과 2일에 걸쳐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국회 재경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유류세 인하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관련 논의를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결국 국회의 법정세율 인하와 정부의 탄력세율 적용방안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유류세 인하 효과는?=현행 유류세를 10% 내릴 경우 휘발유는 리터당 74원, 경유는 52원 정도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재경부는 약 1조9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조치가 소비자가격의 인하효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유류세 인하로 인해 소비자가격을 내리더라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가격을 다시 올리면 줄어든 세금이 결국 정유사의 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미 주유소 시장은 개방돼 있어 많은 주유소들이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며 "주유소나 정유사가 담합으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유류세 인하분을 유통마진으로 흡수하려 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해서 막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정부의 세수감소 우려에 대해 "공급중시 경제정책으로 경기가 회복될 경우 비록 세율을 낮춰도 세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며 "유류세를 인하하면 서민들의 생활비를 경감시켜주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