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안정·현안업무 해결·국세청 쇄신…3가지 '과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구속 수감 이후 숨가쁜 일주일여의 시간이 지난 뒤 국세청에 '낭보(?)'가 전해졌다. 청와대의 결정은 그 동안 국세청에 깔려 있던 '외부청장' 수혈이라는 불안감을 확실히 걷어낸 것.
청와대는 14일 오후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어 한상률 국세청 차장을 제17대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 내정자는 적법한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친 후 이르면 이달 하순, 늦어도 내달 초순에는 국세청장으로 정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후임 국세청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용민 청와대 경제수석은 검증과정에서 고배를 들었다. 청와대가 '보여주기식' 쇄신보다는 정권 말 국세청 조직안정과 종부세 등 현안 업무 마무리를 위해 국세행정을 잘 아는 한 내정자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기 때문.
□ 내부승진 최종결정…'완만한 쇄신' 선택=내부승진 형태로 한 내정자가 후임 국세청장에 발탁됐지만, 이는 청와대가 뇌물상납 사건으로 얼룩진 국세청 조직의 쇄신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뜻으로 볼 수는 없다.
즉 외부청장 수혈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국세청의 급속한 쇄신분위기 조성 보다는 내부청장을 내세워 (구속 사태 등으로)흔들리는 국세청 조직의 안정과 현안 업무의 성공적 마무리에 더 큰 비중을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先 안정, 後 쇄신'이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한 내정자의 임무도 이 같은 청와대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
일단은 현직 국세청장의 구속수감으로 인해 상처받은 조직원들의 마음과 땅에 떨어진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 종부세 업무 등 현안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국세청 쇄신과제도 한 내정자의 임무. 특히 보여주기식이 아닌 현실적이고 강도 높은 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일종의 '부담감'은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 당장의 물갈이 인사 등 대대적인 쇄신보다는 국세청의 안정화 추이를 지켜보면서 차기 정권이 무리 없이 쇄신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두는 것이 한 내정자가 떠 안은 임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국세청, '고요 속 안도'…"당연한 결과"=한상률 국세청 차장의 후임 국세청장 내정 소식을 접한 국세청 직원들은 고요함 속에서도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초 김용민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후임 국세청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여론의 동향 또한 국세청에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부청장' 수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직내 불안감이 상당했던 것이 사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직의 쇄신도 중요하지만, 국세청 조직의 쇄신은 조직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외부청장이 해 낼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조직을 속속들이 잘 아는 한 내정자가 오히려 조직 쇄신의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내부승진은 당연한 결과"라며 "종부세 및 체납, 세수업무 등 연말 현안 업무를 무리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승진 배출이 선결됐어야 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