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위기에 빠진 국세청호(號)를 '수렁'에서 건져낼 제17대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한 내정자는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세정 엘리트 코스를 밟고 올라온 정통 국세인 중 한 명.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뇌물수뢰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후 지난 일주일여 동안 후임 국세청장 인선과 관련해 외부승진이냐 내부승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
 |
그러나 20여년이 넘는 공직생활 전부를 국세공무원으로 보내 국세청 조직생리와 행정의 전반을 두루 꿰뚫고 있는 한 내정자가 국세청의 비상시국을 정리하고 안정적인 정권 말 국세청 운영의 적임자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 행시21회 선두주자, 법인·조사분야 전문가=한 내정자는 국세청에 즐비한 행정고시 21회 공직자들 중 선두주자로 꼽혀 왔다. 한 내정자가 먼저 걸어간 길을 21회 동기들 중 '다음주자(?)'들이 뒤따르는 꼴이었다.
한 내정자는 1953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태안고등학교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와 동대학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사무관 시절 서울지방국세청 법인계장과 법인세과장을 지낸 인연으로 법인분야에 밝다. 논산·천안·삼성세무서장을 지내 일선세무서 행정과 정서에도 밝으며 국세청 재산·소득세과장을 거치며 개인납세분야, 국제조세담당관으로 국제조세 감각도 갖추고 있다.
조사분야와의 인연은 국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맺었다. 한 내정자는 국장 승진이후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등을 일하며 조사분야 노하우까지 익혔다.
특히 서울청 조사4국장 재임시절에는 썬앤문 감세지시 의혹 등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위상을 지니고 있던 서울청 조사4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남다른 배려와 노력으로 반전시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공적이 이주성 전 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 최고 요직 중 요직인 국세청 조사국장에 전격 발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영남·호남 출신들이 나눠갖던 조사국장에 임명, 1974년 한용석, 1986년 이근영씨 이후 20여년 만에 '충청출신 조사국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국세청 조사국장 시절에는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세무조사 등)'의 선봉에 나서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영전 명실상부한 '차기'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의 짧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재임기간 동안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의 일환으로 업무량감축을 위한 '일버리기 운동'을 추진, 세계적 기업인 GE에서 개발된 Town Meeting방식을 도입, 세무서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등 업무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결과' 보다는 '과정'-부드러움 속 '강함'을 내포한 국세인=한 내정자는 겉으로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이미지를 풍긴다. 보통의 외유내강형 공직자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
한 내정자는 특히 지난 1999년 안정남 전 청장이 강력히 추진한 '세정개혁'에도 깊숙이 관여, 당시 세정개혁기획업무를 맡아 평소 소신을 살려 국세청 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일조하는 등 '개혁성'이 강하다.
그를 잘 아는 동료국세공무원들은 그를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조사국장 재직시절에도 휘하 조사요원들에게 세무조사를 통해 '얼마의 세금을 추징했는지' 보다는 '어떻게 추징했는가'를 더욱 강조했다는 후문.
특히 수 천억원의 현금을 굴리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대부업자를 조사해 실적을 올린 직원이 해당 업체의 '생수 결제요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금추징을 한 것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등 직원들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관리자로 평가하고 있다.
한 내정자의 업무스타일은 자신이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부하직원들의 업무방향이 틀리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맡겨두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직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아 그를 따르는 직원들이 많다.
부인 김신구 여사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취미는 탁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