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불과 2주일 앞두고 골프 라운딩 한 번한 '죄'로 전라도 광주에서 강원도까지 '유배'를 떠난 국세공무원 얘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지난 2005년도의 얘기입니다만 최근 국세청의 상황을 보면 현재진행형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국세청은 구속된 전군표 전 청장이 내렸던 '골프금지령'(사무관 이하)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합니다. 현직 청장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골프금지령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하위직 고위직 할 것 없이 대부분 주말골프를 자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세공무원들이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다는 것은 최근 땅에 떨어진 국민들에 대한 조직의 신뢰회복을 위해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라운딩을 대부분 취소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 국세청 및 지방청 감찰이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으나 실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국세공무원들과 식사를 하면 골프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다시 '유배' 이야기. 2005년 광주지방국세청 관내 B세무서 A모 계장이 겪은 실화입니다. 당시도 국세청에는 추상같은 골프금지령이 내려져 있었습니다. 지방청 자체 감찰활동도 그 어느때 보다 삼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A모 계장은 지인들과 주말골프를 즐기기위해 골프장을 찾았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골프장을 찾게 되었고, 때 마침 암행감찰에 나선 지방청 감찰팀과 골프장 로비에서 마주쳤습니다.
감찰팀은 A계장의 얼마 남지않은 정년을 감안해 '되돌아 갈 것(라운드 취소)'을 권유했지만 A계장은 감찰의 제안을 거절하고 라운드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후 감찰의 사후조치를 피할 순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감찰과 A계장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정년 14일 앞둔 그를 강원도 소재 Y세무서로 인사발령 내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습니다. 이 결과 그는 30년 넘게 국세공무원의 길을 대과없이 걸어왔으나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쓸쓸히 정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골프라운딩 한 번에 '유배지'에서 불명예 정년을 맞은 A계장, 당시 사건으로 그는 현재 국세동우회 광주지부 회원으로 활동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지켜본 일부 직원들은 "조직사회의 '령'을 어긴 죄는 인정되지만, 30년 넘게 아무런 공직을 묵묵히 수행했고 또 정년을 조금 남긴 상태에서 그에게 내려진 벌 치고는 너무 가혹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골프의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상 연관 관계가 없고 본인 부담으로 골프를 즐기는 것까지 통제하는 것은 경직된 조직사회의 한 단면이 아니겠냐"고 촌평하기도 했습니다.
국세청은 2만여명이 근무하는 큰 조직입니다. 각자 취미가 다르겠지만 사실 '금지령'이 없다면 적지않은 국세공무원들이 주말에 골프장을 찾게될 것이라는 점에서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국세청의 판단입니다.
이런 점에서 국세청의 골프금지령은 '경계령'의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