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 홍익대 교수 "국제기준 번역과정도 문서화하자"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아직까지 기업들에게 있어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실제 적용시에 나타날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해결과제가 산재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감독당국과 회계업계, 기업들이 풀어야할 숙제도 많은 실정이다.
16일 한국회계기준원이 개최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법적 제도적 검토와 영향분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지적들이 쏟아졌다.
김경호 홍익대학교 교수는 이날 서울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제도적으로 준비가 완전히 돼 있는 것이 아닌데 너무 빨리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며 "국제회계기준의 전면 도입시 상법·세법·외감법의 상충문제와 국제회계기준의 번역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복잡한 회계처리 체계에서 단순한 국제회계제도를 도입하다보니까 법적·제도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며 "대부분을 국제회계기준에서 흡수해야하는데 기업집단 결합재무제표와 같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또한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부분 감독을 목적으로 만든 특수업종의 회계처리기준 역시 재검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실무지침 및 질의회신의 문제도 외국에서는 감사인에게 다 맡긴 것으로 보고 감사인과 기업이 협의하게 돼 있어 별도의 질의회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만 우리는 금감원이 감리를 보기 때문에 알아서 처리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상법·세법과의 상충=국제회계기준 도입시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작성해야하는데 현재 우리 상법에는 연결재무제표의 개념이 없어 현재 개정안에 연결재무제표의 작성의무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연결재무제표 규정의 삽입이나 용어의 조정뿐만 아니라 연결실체를 규정하는 종속회사와 지배회사와의 개념, 종속회사와 지배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및 공시관련 의무규정이 보완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결재무제표의 주 재무제표화는 연결지배회사와 연결자회사의 재무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며 "지배회사의 이사·감사·감사위원회는 종속회사의 회계정보시스템 및 내부통제구조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관련정보를 보고 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국제회계기준의 공정가액평가범위의 확대와 그에 따른 미실현 보유손익 인식은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의 괴리를 확대시키며 이연법인세 자산과 이연법인세부채금액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제회계기준 적용기업은 자산·부채·손익항목의 금액이 변경돼 과세소득 금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부담 변경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세법규정 변경의 필요성을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태식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은 "세무조정의 유보사항의 금액이 크다고 해서 괴리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세무회계와의 괴리를 확대시킨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외감법·증권거래법과의 상충=김경태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외감법에는 피투자회사를 보는 기준에 대해 지분율 30%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지분율을 50%초과로 규정하고 있고, 외감법과 현행 기업회계기준은 최상위 지배회사를 연결재무제표의 작성자로 보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모든 지배회사를 연결재무제표작성자로 보고 있다"며 "회계실무에 있어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한 "현행 법규와 새로운 법규간의 차이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드러날 수 있는 상충문제도 연구해야 한다"며 "실제 감사인과 연결회사간의 손해배상책임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이며, 국제회계기준과 증권거래법간의 상충문제의 경우 증권거래법이 일부 통합될 자본시장통합법과의 상충문제도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갑재 삼일회계법인 상무도 "모회사의 공시책임 여파가 크며, 기본적으로는 그룹사의 지분소유구조에 상당히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연결범위를 도저히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 부분은 법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이 포함돼 있어서 상당한 논의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회계기준 번역의 신뢰성 문제=영어로 돼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우리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글로 번역하는 문제가 필수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정영기 홍익대 교수는 "언어구조와 단어 등 미세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원문과 번역의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해석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번역의 신뢰성을 담보받기 위해서는 번역절차나 과정도 문서화하고 아울러 번역작업에 참여하는 전문적인 회계인력과 안정적인 인적구성과 조직을 구성해 대외적인 인증과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특히 "번역본에 영어원문을 함께 표기한다면 회계기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번역의 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영어원문에 대한 저작권확보와 함께 영어병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위 김경률 시장감독과 사무관은 "영문병기부분 작년 T/F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영문에 대해 100%번역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묘한 해석차이로 인한 실무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영문 국제회계기준을 병기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검토된 사항"이라며 "실무적인 법적 안정성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