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사공무원과 납세자간 사실판단의 착오 등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을 조기에 해소해 과세품질 혁신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5년 도입된 과세쟁점자문제도가 '유명무실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지방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 내부지침으로 운영되고 있던 '과세쟁점자문위원회'가 올해 사무처리규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인 납세자 참여를 배제한 채 지난 6월부터 내부 자문제도로 이용되고 있다.
제도 도입초기에는 납세자나 조사공무원 모두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실판단의 착오 등 사실관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경우 각 지방청이나 일선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 자문이 가능했다.
또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과세적부심이나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진행 등의 불편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사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독단적인 사실판단으로 인한 부실과세를 사전 차단하는데 유용한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달리 과세쟁점자문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납세자의 신청율이 저조해지면서 제도 도입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세청은 올해 초 납세자 신청 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방법을 강구했으나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지난 6월 1일부터는 내부 자문제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납세자 입장에서는 과세불복절차 진행 전에 과세쟁점자문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원칙적으로 배제돼 아쉬움을 표하는 납세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쟁점자문위를 찾아 자문을 구한 경험이 있는 한 세무대리인은 "과세 후 과세적부심이나 이의신청 등 복잡한 불복과정을 거치는 동안 납세자는 심적·물적으로 적잖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쟁점자문신청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이견 조율이 가능해져 피조사자 측면에서는 조사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무조사 공무원이 기업체 세무조사 착수시 세무대리인이나 회계담당자에게 과세쟁점자문제도 도입취지와 이용방법, 이점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 대외적으로 충분한 홍보만 있었어도 '자문위원회'는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가 이의신청 등 불복신청 전에 '과세쟁점자문위원회'의자문을 구하고 싶다면 세무조사공무원 명의로 신청이 가능하며 사실판단에 대한 이견 조율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세쟁점자문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납세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자문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는 납세자는 찾아볼 수 없는 실정. 세무조사과정에서 조사공무원과의 다툼을 없애는 '납세자 사전구제 창구'는 실질적으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현실이 된 셈.
조사공무원 입장에서야 귀찮은 제도일 수도 있겠지만 납세자들의 경우 세무조사 등 세무행정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쪼그라든 '과세쟁점자문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