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제5차 협상이 공산품의 품목별 주고 받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자동차 기술표준과 상품 개방 분야에서는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제6차 협상 전까지 양측의 서면 협의 결과 등에 따라서는 조기 타결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자동차 기술표준, 상품 양허 등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가 커 조기 타결 여부가 불투명하다.
김한수 한.EU FTA 우리 측 수석대표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제5차 협상 4일째 결과를 설명하면서 "공산품의 품목별 협상 등 가장 중요한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협상을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됐는데 6차 협상 전까지 자동차 기술표준과 상품 양허 등에 대해 서면 등을 통해 양측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느껴지더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조기 타결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과 EU는 23일 상품의 관세, 위생.검역(SPS), 원산지 기준, 서비스, 분쟁해결 등에 대해 협의 하지만 주요 쟁점 사안은 없어 이날 협의를 끝으로 제5차 협상은 사실상 끝났다.
양측은 마지막 날 협의에서 6차 협상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내년 1월 21일 시작되는 주간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 19일부터 5차 협상을 벌였지만 자동차 기술표준, 자동차.철강 등 우리 측 관심 품목에 대한 EU 측의 관세 조기 철폐, 원산지 기준 등 주요 3개 쟁점 등에 대한 이견만 확인했다.
하지만 공산품의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성과를 얻었다.
자동차 기술표준에서는 업체별로 국내 판매량 6천500대까지 한국 기술표준 적용을 면제해주고 6천500대가 되도 적용을 2년 간 미뤄주겠다는 우리 측 안을 EU가 거부해 우리 측이 대안을 찾기로 했다.
EU 측은 또 자동차.철강 등에 대한 관세 철폐 시기를 앞당겨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과도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양측은 개별 공산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고 6차 협상 전까지 서면을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
원산지 기준에서는 우리 측이 자동차.기계.철강.비철금속.화학.의류 분야에서 EU 측의 안을 수용할 있는 부분과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을 함께 제시해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되도록 했다.
농산품에서 EU 측은 쌀, 고추, 마늘 등을 민감품목으로 인정해 개방에서 제외해줄 수 있고 농산물 세이프 가드, 관세율 할당제(TRQ) 등에도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돼지고기, 와인 등 자신들의 관심 품목은 한.미 FTA 만큼 개방해달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수산물에서도 우리 측의 8개 민감품목 중 가장 민감한 고등어를 제외한 7개는 한.미 FTA 수준에서 개방해달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협정문이 상당 부분 진척됐고 EU 측으로부터 자신들 외교 당국의 정치적 결정만 내려지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에 어려움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문직 상호인정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양측의 의견이 접근한 가운데 우리 측은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링 등을 명시적으로 넣자고 했지만 EU 측은 회원국 관련 단체와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금융서비스 중 자본 이동에 대해서는 세이프 가드를 도입하자는 우리 측 요청에 EU 측이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고 지적재산권 중 공연보상청구권에 대해서는 우리 측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위생.검역(SPS), 분쟁해결, 지속가능발전 등의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