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27일 한상률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본인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본연의 취지보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검증을 둘러싼 정치공방의 무대로 변질될 전망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한 후보자를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하는 형식을 빌려 BBK 의혹과 관련한 이 후보의 탈세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공세의 날을 세울 태세이고, 한나라당은 "말도 안되는 정치공세"라고 방어벽을 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 채수찬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땅 투기와 탈세를 자행했다는 의혹이 연일 계속되는데 이어 자녀들과 운전기사들의 위장취업이 문제되고 있다"며 "이는 적극적 소득 은닉행위로서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공격했다.
채 의원은 이어 "불법과 조세포탈 사안이 있다면 당연히 국세청의 검토와 조사가 있어야 하며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만일 국세청이 유력 대선주자라는 이유로 결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성실납부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고 추궁했다.
이목희 의원은 "문제가 되는 자녀 위장취업 문제는 전형적인 탈세사범들의 행위를 복사한 것"이라며 "자식을 위장 취업시켜서 급여를 지급한 경우 증여세 탈루에 해당한다"며 "업무와 무관한 비용처리를 한 이 후보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적극 반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놓고 신당측의 집중추궁이 이뤄졌다.
박영선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돼있는 우리은행 계좌와 신한증권 계좌가 차명 계좌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원주인이 누구인지 추적조사를 했는지 밝히라"며 "삼성생명 주식 위장분산 사건과 중앙일보의 차명소유 의혹에 대해 국세청이 조사해 과세할 용의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목희 의원은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되었다면 분명히 탈세를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국세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삼성물산의 비자금 조성은 탈세를 동반하기 때문에 세무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소신을 갖고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국세청은 신세계의 최대주주인 이모 회장의 주식을 계열법인 임원 등이 차명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해 증여세를 과세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처럼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생명 차명의혹에 대해 이건희 회장에 증여세 9천310억원, 에버랜드에 법인세 5천795억원을 추징해야 마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는 최근의 전직 국세청장 구속사태를 계기로 국세청 개혁방안도 초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국세청 내부의 상납관행이 끊이지 않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어떤 내부장치를 갖고 있느냐"며 "특히 선진 일부 국가에서는 국세행정의 특수성을 인정해 국세청장 임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도입할 생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신당 채수찬 의원은 "국민의 국세청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깨끗한 세무행정을 펼쳐 모범을 보여야 할 국세청이 스스로 국민의 기대를 져버렸다"고 지적하고 "국세청 조직 차원의 비리 해결을 위한 개혁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문학진 의원은 "국세청이 비리를 근절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훨씬 강화된 세무공무원의 청렴성.투명성 의무를 법령에 명시하는 한편 미국처럼 국세청 감독위원회를 별도로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경위원들 사이에서는 한 후보자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하자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청문절차는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위는 청문회를 마치고 30일 인사청문 심사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