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관련 비위 근본적 척결 대안 마련해야"
커튼 뒤에 가려진 채 '비노출 원칙'하에 운영되고 있는 국세청 세무조사 조직 일각에서 암암리에 자행되어온 비리행위 중 일부의 면면이 공개됐다.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업체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해당 업체에 조사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한편 거액의 탈루세금을 적발해 낸 뒤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국세청과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국가청렴위는 지난 2002년(1월) 출범이후 올해 9월까지 국세청 공무원이 연루된 '비위행위' 7건을 신고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건 중 6건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 비리행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02년 1건, 2003년 4건 2004년 1건, 2005년 1건 등이 신고됐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신고한 사건이 없었다. 국가청렴위는 이를 국세청, 대검찰청 등 조사기관에 이첩해 처리했다.
□ '비노출' 이라더니‥조사정보, 업체에 제공(?)=청렴위에 신고된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지방청 소속 직원들은 관내 업체의 거액 세금포탈 혐의에 대한 2건의 제보를 접수받고도 2개월이 넘도록 세무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은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조사와 관련된 제보내용 등을 해당 업체 관계자에게 제공, 각종 장부와 증빙서류를 폐기 또는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청렴위는 이 제보건을 국세청에 이첩했고 국세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해당업체에 약 44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했다. 다만 조사과정에서 관련 직원들은 세무조사 고의지연 및 정보유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03년에는 관할 지역 4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 세금탈루 사실이 발각됐음에도 불구, 업체 대표로부터 선처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수수한 의혹도 접수됐다.
뇌물수수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검찰청 조사결과 신고된 1명의 국세공무원은 직권남용 및 공문서 변조 등 관련 혐의로 불구속기소 처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세무조사 잘 봐달라", 금품·향응 받고=지난 2003년 청렴위에 접수된 신고내용에 따르면 일단의 국세공무원들이 한 식품회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심층세무조사)와 관련해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선처 부탁과 함께 금품 및 향응을 수수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한 지방세무서의 과장은 관내 건설업체 세무조사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골프채 등 금품을 수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은 해당 과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골프채를 제공한 회사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아울러 해당업체에 탈세액 4억700만원을 추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 2005년에는 모 세무서 소속 국세공무원은 유흥업소 업주로부터 세무조사 편의 대가로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았던 사실이 신고됐다.
국세청은 청렴위로부터 사건을 이첩, 해당 국세공무원을 인사조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조사관련 비위 근절책 마련해야…韓내정자, "특단조치 강구"=지난 27일 한상률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한 비리행위를 척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세청도 자체적으로 세무조사와 관련한 비리행위가 빈번하다는 점을 인식, 그 동안 이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고심해 왔다. 특히 이 날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세청의 '조사국 비노출'이 비리행위를 부추긴다며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조사와 관련한 청탁이나 부조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근원적 쇄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담당자의 책임성을 강화해 세무조사의 신뢰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또 "(조사관련)부조리가 개입하지 않도록 세무조사 지휘라인을 수시로 바꾸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세무조사를 엄정하지만 공정하게 하는 시스템과 체질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