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속계약금은 사업소득에 해당"
이 선수는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때 이 전속계약금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신고했다. 그러나 A씨 신고를 받은 관할세무서는 2005년 7월 "전속계약금은 사업소득에 해당된다"며 2002년 귀속 종합소득세 3억7000만원을 추징했다.
당시 세법에선 전속계약금이 '기타소득'에 해당할 경우엔 계약금의 80%를 무조건 비용으로 빼주고 있었지만, 사업소득에 대해선 실제로 지출한 돈에 대해서만 비용으로 인정해줬다. 이에 따라 이 선수는 비용으로 뺀 계약금의 80%에 대해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하게 된 것.
소득세법에서 분명히 기타소득의 범위에 전속계약금을 열거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곧바로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국세심판원은 A씨 주장의 일부만을 들어줬다.
2006년 1월 국세심판원은 "국세청이 A씨에 대해 사업소득으로 과세 처분한 사항은 정당하다"면서도 "사업소득의 수입시기는 계약기간에 따라 안분 적용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한꺼번에 세금을 물린 것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던 것.
이에 따라 심판원은 A씨에게 부과된 종합소득세 2억3537만원에 기간별 안분을 적용해 2002년 귀속분에 대해선 세금을 깎아주고, 2003년과 2004년 귀속분에 대해선 각각 1억2264만원과 1억1272만원을 종합소득세로 추징토록 했다.
A씨는 국세심판청구에 앞서 2005년 12월 재정경제부에 "프로야구선수가 특정 구단과 전속으로 용역을 제공하기로 계약, 지급 받은 전속계약금은 소득구분이 어떻게 되며, 사업소득으로 본다면 그 적용시기를 언제로 봐야 하느냐"는 유권해석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1년이나 뜸을 들인 후 "전속계약금은 사업소득에 해당하되, 국세청이 사업소득으로 보도록 유권해석(서면1팀-369, 2004. 3. 11.)한 날 이후에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분부터 적용하는 것(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58, 2007. 1. 24.)"이라고 회신했다.
재경부가 곧바로 회신을 했더라면 국세심판원 결정이 난 뒤 A씨는 자신감을 갖고 행정소송을 벌일 수 있었지만, 결국 A씨는 국세심판원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은 포기하고 있었다.
심판원 결정 후 1년이 지난 올 1월 재경부 유권해석을 받아들게 된 A씨가 억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재경부가 유권해석에서 사업소득으로 보는 것은 2004년 3월11일 이후라고 못을 박아줬으니, A씨가 2003년 '기타소득'으로 신고한 것은 정당하게 된 셈이다.
서둘러 억울함을 풀 방법을 찾던 A씨는 "국세심판원 결정이 난 이후 3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내용을 알았다. 방법이 없었을까. A씨가 선택한 것은 자신에게 세금을 부과한 세무서에 재경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세금부과 철회'를 위한 고충민원을 내는 일이었다.
고충민원을 받아든 세무서는 지난 2월 6일 "대법원 판례와 국세심판원 결정내용 등을 종합 판단할 때 과세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정하자, A씨는 2월 말 고충민원을 세무서 상급부서인 대구지방국세청으로 들고 갔다.
대구청은 재정경제부 유권해석까지 받아서 들이대는 A씨 사건을 다루기 위해 지난 3월23일 고충처리위원회를 열게 됐으며, 회의결과 A씨에게 부과처분을 철회해 종합소득세 2억6490만원을 되돌려주기로 의결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 국세청위에 감사원
사건이 여기에서만 끝났으면 A씨는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국세청 위에는 감사원이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대구지방국세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세금부과철회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감사원이 먼저 문제를 삼은 것은 과연 A씨 사건이 국세청에서 정한 고충민원사항에 포함되는지 여부. 안타깝게도 A씨 사건은 고충처리위원회에 회부해선 안될 사안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세청이 고충민원을 처리할 때 따라야 할 '납세자보호 사무처리규정'에는 국세심사·심판 등 불복절차가 확정된 사항은 고충민원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민원인이 '새로운 증거'를 들이댈 땐 처리하도록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A씨가 뒤늦게 제시한 '재정경제부 유권해석'은 '법령의 해석 및 적용에 관련된 자료'여서 고충민원 처리대상인 사실관계의 증명을 위한 '증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특히 "대구청 납세지원국 납세자보호계 직원들은 회부해선 안될 사안을 고충처리위원회에 상정했을 뿐만 아니라, 고충처리위원회 위원들이 시정·의결로 판단하도록 처리의견을 작성했다"고 꼬집었다.
대구청 직원들이 지난 3월 고충처리위원회 심의자료를 "기타소득으로 해석한 기존 예규는 일관되게 동일한 해석을 유지한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엉뚱하게 작성했다는 것.
이 직원들은 나아가 기존 국세청 입장과 달리 "사업소득으로 보아 고지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소급과세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기타소득으로 적용 받을 수 있었던 납세자의 이익을 사실상 침해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고충위원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세청장은 대구청 관련 직원 2명을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징계처분하라"고 통보하고, 대구청에 대해선 "A씨에게 돌려준 종합소득세 2억6490만원을 포함 부족 징수한 2억7731만원을 추가 징수하라"고 조치했다.
결국 A씨는 명확하지 않은 세법과 세무당국들조차 서로 의견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2년 넘게 방황하며, 물적·경제적·정신적 피해만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