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릿발같은 감사원 감사 앞에서 대다수 공무원들은 주눅이 들어 얼어붙는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한껏 높인 것은 물론 감사요원들을 홀딱 반하게 만든 세무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대구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 백재환 법인세과장(사진). 감사원은 대구국세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에서 각 부서에 찬서리를 뿌렸지만, 백 과장을 만나고 나서는 그의 매력에 빠져 봄눈처럼 녹아버렸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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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세청에서 그는 "항상 웃는 얼굴과 밝은 미소로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처절한 수행의 삶을 살면서 남에게는 언제나 관대한 사람"으로 통한다.
경주고를 졸업하고 9급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올해 33년째 세무공무원의 길을 걷고 있는 백 과장은 가는 곳마다 족적을 남겼다.
■ 감사원, "국세청장은 백 과장 모범사례 널리 알려라"
국세청에 대한 감사에서 늘 지적사항만 내 놓았던 감사원이 대구국세청에서 백재환 법인세과장이라는 모처럼 공무원다운 공무원을 만났다는 평가.
현직 국세청장이 비위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고, 또 비위집단이라는 오명으로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현실에서, 감사원이 오랜만에 모범국세공무원을 발굴, 소개하면서 국세청에 한 모금의 청량제로 작용될 것으로도 보인다.
9급으로 시작해 입사동기 중에 가장 먼저 사무관으로 승진한 백 과장은 대구고등법원 파견근무를 자청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조세소송부문에서 납세자의 억울함을 해결해보려는 의도에서였다.
그 곳에서 법원 공매·경매시 재화 공급자는 대부분 폐업·파산 등으로 세금부담 능력이 없어,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경우 실질적인 조세수입이 없이 결손처분하게 되거나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 문제임을 알아냈다.
이후 경매·공매에 따른 재화의 공급을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 건의안'을 만들어,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수 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해 2월 관련내용이 부가가치세법에 신설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부모세대에 집중되는 부(富)를 조기에 자녀에게 이전함으로써 소비를 진작하여 경제를 활성화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건의안'을 청와대에 제안한 것도 그였다.
그의 세제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2005년 말 '부모로부터 창업자금을 증여 받아 창업하는 경우에는 낮은 세율인 10%로 과세하고, 상속시 상속세로 정산해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이 조세특례제한법에 신설됐다.
그의 업무에 대한 열정은 동대구세무서 혁신팀장을 겸한 조사1과장 시절에 더욱 빛이 났다. 그는 지난해 3월 '조사관리의 새로운 모델 제시'라는 보고서를 통해 혁신적인 조사관리방법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은 "과세투명성을 높이고 부실과세 방지를 위해선 조사착수부터 조사종결까지 수시로 과장·주무·조사반장·조사요원 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조사지식 공유를 통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시켜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지난해 3월 초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 등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일선세무서로서는 최초로 여직원 2인으로 '전산전문 여성조사반'을 편성·운영하기도 했다.
전산전문 여성조사반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조사요원 조사기법 및 비전 제시'라는 제목의 혁신사례를 제시하는 등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선도, 2006년 국세청 혁신평가 결과 대구지방국세청 관하 세무서 중에서 1위(전국 3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여성조사요원 2명을 대구의 유명 찜질방 세무조사에 투입해 매출관리 전산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법으로 원시전산기록을 확보해 벌과금 2억2100만원을 통고처분하고, 소득세 등 2억9500만원을 추징한 실적은 국세청 조사우수사례로 뽑혔다.
대구청 전산과장으로 옮긴 뒤에는 조사국에 원시전산기록 확보방법 등 전산조사 기법과 사례교육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 조사국이 병원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조사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고작 3건 조사에서 탈루세액 24억3200만원을 추징하는 밑바탕이 된 것.
대구청 감사를 끝낸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백 과장의 국세업무의 효율성 및 세수 증대에 기여한 모범사례를 널리 알리라"며 "백 과장 개인에겐 표창 등으로 사기를 높여 주라"고 특별주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 백 과장에게 감사원이 반한 이유 또 있다
1955년 경주에서 6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경주고를 졸업, 9급 세무공무원으로 국세청에 발을 들여놨다. 현재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 늦깎이 학생이다.
그는 자신을 알고 자신을 바꾸기 위한 몸부림을 생활화하고 있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풀 코스를 뛰는 마라토너이며 8시간 이상 소요되는 3000배 절하기, 잠을 자지 않으며 참선하는 5일 무박 용맹정진 외에도 새벽기도와 108배를 생활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마라톤 풀 코스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특히 유방암수술을 하고 투명 중인 아내의 쾌유를 빌며 뛰었고, 두 번째는 아들이 제 길대로 가주길 빌며 뛰었고, 지금은 자신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답을 구하기 위해 뛴다"고 했다.
엉뚱한 면모도 있다. 얼마 전 그는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는데 고집을 피워 초심자에게 심었다. 돈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맥을 찾아 교수나 전문의에게 맡기려고 하는데 정반대였던 것.
백 과장은 "전문의가 되려면 무우에 심어 보는 등 무수히 많은 연습을 했다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상대가 반드시 사람일 것 아니냐"며 "그 진리를 알면서 왜 외면하는지 스스로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백재환 과장은
33년 국세공무원 재직기간 동안 부산청과 대구청에서만 맴돌았다. 사무관 승진후 구미세무서 세원관리과장, 대구청 징세과장, 남대구 세원2과장, 동대구 세원리1과장, 대구고법 파견, 동대구 조사1과장, 대구청 전산과장에 이어 법인과장을 맡고 있다.
슬하에 아들만 둘. 장남은 대구한의대를 나왔고, 둘째는 서울대를 다니다 뜻한 바 있어 영남대 의과대학 1학년에 재학중이다.
백 과장은 "과거엔 어려웠지만 자식들이 장성한 지금은 본청에서 전국구로 일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불러주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