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남은 최대의 '상처'격인 회수 불가능 공적자금의 손실분담 계획이 내년 상반기 전면 재검토된다.
당초 예상보다 회수율이 높아지면서 손실분담은 예상했던 69조원보다 상당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부담분을 줄이려는 정부와 금융권간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3년 마련된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따라 세워진 정부와 금융권간 손실분담 계획을 내년 상반기 잔여자산에 대한 실사를 벌인 뒤 재조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현행 공적자금 상환기금법 7조가 기금 설치(2003년) 뒤 5년이 지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의 두 기둥인 예금보험채권 상환기금과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대해 자산 정밀실사를 벌인 뒤 손실분담을 재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내년이 재조정의 첫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2002년 금융연구원이 수행한 '공적자금지원에 대한 평가 및 중장기 개선방안' 연구는 2002년 3월말 기준 공적자금 투입액 156조원 가운데 회수 가능한 액수를 투입액의 55.8% 가량인 87조원으로 평가, 나머지 69조원은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족분을 25년내 상환하기 위해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매년 2조원씩 공적자금 상환기금으로 전입시키는 방식으로 재정에서 49조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20조원은 금융권이 특별부담금 형식으로 메운다는 게 당시 정부가 마련한 상환계획의 골자였다.
정부가 매년 2조원 수준의 자금을 일반회계에서 공적자금 상환기금으로 전입시키는 방안은 지난 5년간 그대로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현재 추세로 봤을 때 당시 추정했던 손실분 69조원의 분담구도는 달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계획이 마련된 뒤 들어간 돈까지 공적자금 투입액은 지난 10월말 기준 168조4천억원으로 불어났음에도 경기회복과 주식시장 활황 등으로 지금까지 회수된 돈이 89조3천억원으로 회수율이 벌써 53.1%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미상환분이 79조원 남았지만 공적자금 상환의 최대 '대어'로 시가 10조원을 웃도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72.97%를 비롯, 신한금융지주 상환우선주, 서울보증보험 지분 등도 있어 이를 감안하면 순수 손실액은 69조원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내년 재계산이 이뤄지면 서로 분담분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의 경우 일단 정부는 일반회계 3천억원과 부실채권 정리기금에서 전입될 3조원을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전입시킬 예정이며 금융권은 8천억원 규모의 특별부담금을 무는 것으로 돼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하반기는 정기국회 일정이 있어 상반기께부터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정밀실사를 벌여 손실분담분 재조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