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향후 10년간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유전 등 해외 자원개발펀드의 투자대상에 당초 알려진 생산광구 뿐 아니라 탐사.개발단계 광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원개발의 성격상 탐사단계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성공률이 극히 낮은 고위험 사업인 탓에 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위험 회피성 자금인 국민연금이 여기에 투자되는 것이 적절한 지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정부 관계당국과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과 산업자원부, 에너지 공기업들이 오는 14일 맺을 '자원 개발투자 양해각서'에 앞서 지난달 체결한 기본계약서에는 펀드의 투자유형에 생산광구 외에 탐사.개발단계 광구도 포함돼 있다.
이 펀드에는 국민연금의 투자액 20조원 외에 에너지 공기업들의 자체 조달자금은 물론, 향후 외국 자원개발 기업들의 자금까지 끌어들여 최대 투자가능액이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대상 가운데 탐사광구는 아직 자원의 부존여부나 자원이 매장돼 있더라도 경제성이 있는지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광구로, 투자 위험성이 극히 높은 사업이다.
자원개발업계에서는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통상 실제 생산까지 성공률이 5% 미만인 것으로 보고 있는 분야다.
만약 국민연금 기금이 투자한 탐사광구에서 경제성있는 유.가스전이 발견돼 본격 생산되면 기금에는 목표인 10%선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대박'이 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확률과 경험을 봤을 때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첫 출시한 유전개발펀드 1호만 하더라도 투자자가 손실여부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중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펀드 판매로 모인 2천억원의 자금은 자원개발에 쓰되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 15-1 광구의 수익을 배분하는 다소 기형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아울러 산자부도 지난 8월 발표한 제3차 해외자원 개발계획에서 '연기금 자금을 생산유전 매입에 활용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을 뿐 탐사단계 광구 투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이 탐사광구에 투자된다면 가장 안전하게 운용해야 할 자금을 가장 위험한 사업에 투자하는 결과를 빚게 돼 적절한 위험 회피 수단이 강구돼있는 지 점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계약서상에는 탐사.개발광구도 투자할 수 있다고 돼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업진흥공사 등은 투자대상 사업을 국민연금측에 제시할 뿐이며 투자여부는 국민연금이 내리게 된다"면서 "따라서 사업성이 낮으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므로 당분간 생산광구의 매입이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