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공약 실현시 총54조9천억원 재정 필요…실현 가능성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조세분야 공약에서도 여느 후보들과는 달리 감세론이 아닌 증세론을 내세워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권 후보의 조세분야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순재산가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3% 부유층을 대상으로 연간 11조원의 부유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이다.
또한 양극화세를 신설함으로써 기존의 소득세와 법인세에 일정한 비율의 사회복지세를 부과해 소득의 불균형을 완화시키겠다는 것.
이밖에도 권 후보는 사업소득의 세원 투명성 강화 및 탈세 방지를 위해 ▲현금영수증 설치 의무화 및 간이과세제도 폐지 ▲상속증여세 재계산제도 도입 ▲예산낭비종합대책 마련 ▲특혜성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권 후보는 이러한 조세정책을 통해 총 54조9000억원의 증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거둔 세금으로는 서민 복지에 이용한다는 것이 권 후보 조세공약의 핵심.
□부유세 도입… 부유층 연간 11조원 부과 = 권 후보는 양극화 해소와 서민복지향상을 위해 순재산가액(자산-부채)이 10억을 초과하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연간 11조원의 부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상위 3%, 50만명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부동산은 물론 예금,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 각종 회원권에 이르기까지 보유 재산 전반에 대해 1∼3%의 누진세율로 ‘부유세’를 부과한다는 취지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하하여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누진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현재 대주주에만 적용되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를 모든 주식거래에 확대 적용해 펀드 투자수익에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세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증세를 통해 국가재정을 확고히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그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한 예로 종부세 또한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지만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 또 다시 부유세를 도입한다는 것에는 납득하기 힘들고 아울러 양극화세 또한 부유세와 크게 다를 바 없는데 굳이 동시에 도입할 필요가 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한 세무사는 “부유세 평가기준이 애매모호 하다”며 “만일, 상속 등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의 경우 일정한 수입이 없다면 이를 부유세 대상 기준과 동일하게 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 서민복지향상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넓게 보면 사회주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과 같다”며 “부유세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 또한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권 후보가 제시한 '부유세 도입 후 대선후보 납부액 추정결과'에 따르면 권 후보의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 납부액이 138만원이어서 부유세 납부 의무가 없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8억 2300만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452만 6000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2억 6450만원으로 조사됐다.
□양극화세 신설… 연간 총 13조2000억원 재원 확보 = 양극화 해소 및 서민복지 확대를 위해 권 후보는 양극화세를 신설, 연간 총 13조2000억원의 사회복지재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측에 따르면 소득세나 법인세 등의 기존 세금에 10~30%를 부가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 목적세를 신설, 연간 13조원 이상의 재원이 서민복지 확대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돕기 위해 매년 3조원 규모의 ‘정규직전환기금’을 조성한다는 공약을 내걸어 비정규직 근로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기금 마련이 100대 기업 이익 부담금 1조5000억원과 비정규직 고용부담금 1조5000억원을 통해 조성된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기업이 환영할 리 만무하다.
이에 대해 조세전문가는 “소득재분배를 위해 사회복지세를 신설한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방안이지만 특정 계층에 초점을 맞춘 공약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탈세는 범죄, 사회적 인식 제고 = 권 후보는 세원투명성 확대와 탈세에 대한 엄정한 처벌로 매년 6조2000억원의 세금누락을 방지하는 한편 ‘상속증여세 재계산 제도’를 도입, 탈법적인 부의 무상이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현금영수증 설치를 의무화하고 간이세과제도 폐지함으로서 현재 57%에 머무는 사업소득의 세원노출 정도를 9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세무조사 비율을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불성실신고자에 대한 가산세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탈세로 인한 수익과 재산은 범죄수익으로 간주, 몰수한다는 것.
아울러 재벌 2,3세들의 고질적인 편법 상속증여에 대해 상속증여세 재계산 제도를 도입해 상속 이후 일정기간 이내 상속증여재산에 중대한 가치변화가 발생한 경우 상속증여세를 재계산해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권 후보는 이밖에도 낭비성 예산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으로 ▲업무추진비 등 경직성 경비 30% 삭감 ▲지역현안 수요의 특별교부세 폐지 ▲현장단가제 도입 ▲국민참여예산위원회와 예산낭비심판원 설치 ▲예산실명제와 재정신문고 운영 등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