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A 합격수기] 최고령 합격자 이종우씨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한줄기 빛을 본 느낌입니다. 1차 시험 때도 그랬고, 합격한다고 하면 당연히 최고령합격이라고 여겼으므로 공식발표이전에 뉴스속보에 실릴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여느 때와는 달리 속보가 늦어져 어렵사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리는 중 오후 4시경 합격자 관련 속보가 떴습니다. 합격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긴 수험생활을 매듭짓는 순간이기도 하였으며 내

저는 1975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군복무를 마치고 1982년 졸업하였습니다. 졸업 후 서울투자금융(주)에 입사하였으며 정부의 금융산업개편방침에 따라 회사는 일은증권(현 브릿지증권)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회사에 근무하던 중 영국 해외연수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고용안정의 직장구조가 바뀌고, 전문지식 등의 자기계발이 요구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확신 하에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정하는 날 새벽, 아버지 산소에 내려가서 선친께 저의 결심을 밝히고 인수공모부(IPO)부장을 거쳐 자금부장을 끝으로 공인회계사시험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돌아갈 배도 없이 오직 시험합격만이 돌아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 날 비가 몹시 내렸고, 저는 결연한 각오 아래 돌아 가야할 강 건너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곧바로 합격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몇 달만 열심히 하면 1차 시험에 합격하리라는 계획은 몇 달이 지난 뒤 여지없이 깨어져 버렸습니다.
 
그 날부터 철저한 계획아래 자기단련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각 과목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였으며, 스터디 그룹을 찾기 위해 나이 어린 수험생들을 찾아가 부탁을 하였고,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면서 강의를 듣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속세(?)와의 단절을 위하여 짐을 싸들고 신림동 고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1차 시험 합격 후

1차 시험 합격 후 유예기간 중에는 열심히 노력하면 곧 합격이라고 믿었습니다. 아침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운동을 하고,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단조로운 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계획을 주간, 월간단위로 세웠고, 그룹 스터디를 매일 하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해이해질 것 같으면 자신을 수없이 채찍질하였고,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는 자부심에 2차 시험 후 합격을 기대하였습니다. 불합격이 되었고, 울분과 자책감에 가득 차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데 제 자신을 과신하는 객기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을 볼 때마다 시험 첫 시간 종이 울릴 때부터 아내와 양가 어른들께서는 절에서 불공을 드리며 기도하기 시작하여 시험 끝 시간 종이 울릴 때까지 계속하였습니다. 시험을 저뿐만 아니라 아내와 양가 어른들이 같이 치르는 셈이 되었습니다. 아마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입니다.

2004년 2차 시험을 앞두고 너무 무리하여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수험생활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아닐까하여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2차 시험 6번만에 합격하기까지

반복된 불합격에도 계속 도전하게 된 것은 단 한번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불합격 후 다시 기계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무사시험을 병행하게 된 결과 2006년도에 세무사 2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도 회계사 2차 시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수험생활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고 생각하니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2차 시험이 끝나는 날, 시험을 치룬 저나 같은 시간 절에서 불공을 드린 아내와 어른들께서는 모두 파김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험결과는 평균점수 71. 27로 최고령으로 합격하였습니다.

[최근 출제경향과 관련하여]

부분합격제의 시행으로 출제경향이 난이도 높은 문제보다는 넓은 범위에 걸쳐 기본적인 문제위주로 출제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있는 것과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풀이한다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논리적 이해를 바탕으로 반복숙달이 필요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께]

◆한순간의 호흡도 시험을 위해

수험생활을 시작하는 순간 한순간의 호흡도 시험을 위해야 하며, 자신이 수험생이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할 정도로 다재다능하고 비범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합격의 당락에는 노력은 물론, 생활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습니다. 작은 차이가 당락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자신만의 비밀병기를

현행 출제경향을 보면 기본적인 지식을 광범위하게 물어보고, 빠르고 정확한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막판정리 할 때 효과적인 단권화와 서브노트와 같은 정리된 자료가 필요합니다.

단권화라는 것이 책 한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공부한 양을 한 권에 정리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서브노트 작성 시 주의사항은 효익 대비 비용을 감안하여 너무 완벽하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낙서수준도 아닌 중간수준의 메모형태가 좋을 것입니다.
 
최정상을 정복할 때는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만 가지고 등반하는 법입니다.

◆실전 같은 문제풀이연습을

평소에도 실전과 같은 자세로 반복해서 문제풀이연습을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학원 모의고사반을 통하여 실전과 같은 문제풀이 연습을 하였습니다.

성적게시를 통하여서는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해설강의를 통하여 제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운동도 한 과목으로

특히 나이든 수험생들에게는 운동 한과목이 추가되어 시험과목이 6과목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수험기간 내내, 시험전주까지도 수영 또는 요가를 하였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절대로 아까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타

정독이냐 속독이냐가 늘 화두에 오르는데 개인별로 성향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해를 중요시하는 정독스타일이나 틀을 중요시 여기는 속독스타일이나  어느 것이든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시험 임박하여 소위 정보에 대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 또한 수험생에게는 금기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막판 정리시간이나 집중력을 흩어지게 할 뿐입니다. 
 
[참고서적은]

수험기간이 길었던 관계로 주로 공부한 교재로 한정합니다.

1차
  회계학 : 김영덕 객관식 재무회계, 강경태 객관식 원가관리회계
  세법 : 이철재 객관식 세법
  경영학 : 정순진 경영학 연습
  상법 : 오수철 상법
  경제학 : 정병렬 경제학 연습

2차
  재무회계 : 박호근 중급회계, 최창규 고급회계, 신현걸 재무회계연습, 김영덕 2차 재무회계
  원가회계 : 강경태 원가관리회계, 김용남 원가관리회계연습, 선형규 GS모의고사문제
  세법 : 최태규 세무회계연습, 최태규 종합문제, 강경태 종합문제, 정우승 final 이론요약
  재무관리 : 이영우 고급재무관리연습, 이영우 단기특강, 김종길 재무관리(VOL2)
  회계감사 : 권오상 회계감사 및 스터디가이드, 권오상 단기특강
 
[마치며]

"원래 길은 없었고 내가 가면 길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이에 대한 제약 때문에 혹은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힘겨워하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수험생활동안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빚을 졌습니다.

저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아버지, 나이 든 자식을 위하여 늘 노심초사하신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 그리고 가족들, 부족한 가르침에도 잘 자라준 건준, 도훈 두 아들, 아울러 힘들 때마다 격려해주신 주위의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의 역할까지 대신하며 묵묵히 기다려주었고,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다시 시험 볼 때마다 아내가 저에게 보내준 문자메시지를 소개하며 수험생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Nothing is impossible to a willing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