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심사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아 영국계 HSBC은행에 외환은행을 계획대로 팔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이 론스타와 HSBC은행의 매각 협상 시한인 내년 4월 말 이전에 나오기 힘들어 매각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월 초 론스타로부터 동일인(본인과 특수관계인)과 자산.자본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해외 금융당국을 통해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6개월마다 이뤄지는 이번 정기 심사의 핵심은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홈페이지 등에 실린 세계적인 투자 현황을 볼 때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현행 은행법상 동일인 가운데 비금융 회사의 자본 총액이 총 자본 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 회사의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비금융 주력자에 해당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금감원은 이 때문에 론스타 자료에 의존한 종전의 소극적인 심사와 달리 이번에는 해외 금융당국이나 현지 공관을 통해 확인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를 21일 열리는 금융감독위원회 정례회의에 보고한 뒤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에는 없는 벨기에 현지 회사에 대한 투자 사실이 이달 10일 벨기에 금융감독위원회의 통보로 드러난 것이다.
금감원은 그 전까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16일 "벨기에 금융당국이 현지 회사에 대한 론스타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사실만 알려왔을 뿐 구체적인 내역은 통보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론스타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론스타의 자료 미제출이 고의인지 실수인지, 또 제출 대상이 아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론스타가 벨기에의 비금융 회사에 투자했고 그 규모가 클 경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론스타로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연내에 대주주 적격성을 인정받아 대주주 자격 논란에서 벗어나고 이를 통해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을 하나 잃은 셈이다.
HSBC은행은 내년 1월 말까지 금융당국에 외환은행 인수를 신청하고 같은 해 4월 말까지 승인받는 조건으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는데 현 상태에서는 론스타의 적격성 심사가 언제 끝날지 단정할 수 없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법원 판결 전에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금융당국으로서는 HSBC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신청해도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자격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거나 인수 심사를 늦출 수 있는 또 하나의 명분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법원의 1심 판결 역시 내년 4월 이전에 내려질 지 불투명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금융당국이 1심 판결 내용 만으로 외환은행 매각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지도 미지수이다.
이 때문에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HSBC은행이 론스타와 맺은 협상 시한인 내년 4월 말 이전에 법원 판결이 나오기 힘들고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지난주 기자 간담회에서 "론스타와 HSBC은행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 HSBC은행이 내년 1월 말까지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일방의 계약 파기가 가능하고 같은 해 4월 말까지 당국의 승인이 없으면 양방이 파기할 수 있지만 내년 4월 말을 넘긴다고 해서 계약이 자동으로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더라도 HSBC은행에 외환은행을 팔겠다는 론스타의 '의지'를 대변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론스타의 뜻대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