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연이어 불어닥친 뇌물스캔들로 자정결의대회를 열 정도로 안팎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으며 퇴직자의 금융권 진출과 관련한 뒷말도 무성해 퇴직자 취업에 대한 규정강화를 선진화방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특히 임기를 다하는 영광을 누린 윤증현 前금융감독위원장에 이어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감독당국 수장이 교체됐고, 고졸출신 김대평 부원장의 승진인사, 홍콩 금융감독청 출신 라이백씨의 고문선임을 통한 사상 첫 외국인 간부 영입 등 인물들의 움직임도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정책적으로는 회계투명성 강화에 초석이 되는 국제회계기준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18년만에 생보사상장문제의 종지부를 찍고,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체계를 바꾸는 등 굵직한 변화를 이뤄냈다.
또한 '김용덕 호'의 출발과 함께 금융감독 선진화로드맵을 마련해 규제중심의 감독을 원칙중심의 감독으로 전환하고, 종합검사를 축소하는 등 금융감독 개혁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와 함께 또다시 불거진 BBK주가조작 사건은 1년 내내 금융감독당국을 따라다니며 금융감독원의 부실조사실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으며, 이와 함께 터져 나온 삼성그룹의 비자금 폭로사건으로 차명계좌와 삼성그룹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착수 여부 등 사상 초유의 과제가 내년에도 감독당국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뇌물수수 스캔들로 출발한 2007년=금융감독당국의 2007년은 출발부터 산뜻하지 못했다.
지난 1월5일 정초부터 김중회 前금감원 부원장이 김흥주 삼주산업회장(前그레이스백화점 대표)으로부터 지난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와 관련 2억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긴급 체포됐고, 며칠 뒤 전격 구속된 것.
이어 지난 4월에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다단계기업 제이유그룹으로부터 사금융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1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한 금감원 직원 김某씨가 구속됐다.
다행히 김 前부원장의 경우 검찰의 강압적 조사의혹과 함께 7개월간의 법정싸움을 끝내고 무죄판결을 끌어냈지만 김씨는 유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중이다.
보다못한 윤증현 前금감위원장은 당시 처음으로 감독당국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감독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명예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 발표=올해는 오는 2011년 본격 도입될 국제회계기준의 발판이 마련된 해이다.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회계기준 도입추진단은 지난 3월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큰 틀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도입시기는 2011년이지만 희망기업에 한해서는 2009년부터 적용을 허용할 예정이어서 준비기간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적용 직전 회계연도에는 투자자 등의 혼란방지와 국제회계기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준 차이금액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만 하고, 주재무제표는 개별재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로 바뀌는데 분·반기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공시는 기업 능력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회계기준 도입 수혜자 중 하나인 대형 회계법인들을 중심으로 기업 설명회가 본격 진행되고 각종 영향분석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준비가 소홀한 것이 사실이어서 감독당국이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도입에 가속도를 붙일지 주목된다.
□분식회계 고해성사 마감과 삼성분식까지=과거분식을 기업이 자진해서 수정할 경우 감독당국이 감리를 사실상 면제해줬던 분식회계 고해성사기간이 지난 3월말로 종료됐다.
앞으로 발생하는 분식회계에는 가차없는 처벌이 가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상장기업의 심사감리를 매년 20∼30%까지 확대하고 감리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상장기업이라면 최소한 3년에 한번은 감독당국의 감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2004년 이후 분식회계를 자진 수정한 기업은 약 350여개로 파악되고 있을 정도로 분식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1월 삼성그룹의 비자금 폭로와 더불어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감독당국에 다시 큰 과제가 주어졌다.
구체적 증빙이 첨부되면 감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던 감독당국은 지난 10일 시민단체의 삼성감리 요청서 접수 후에도 감리착수여부 판단에만 3개월이 소요된다며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감독당국 스스로 고해성사 종료 후 분식회계에 대한 엄단을 천명한 만큼 삼성분식의혹에 대한 처리문제는 새해에도 화두가 될 전망이다.
□'대못질' 발언과 끝없는 금산분리 논쟁=지난 8월 임기를 마친 윤증현 前금감위원장이 못다 이룬 꿈으로 대변되는 금산분리 완화는 바통을 이어받은 김용덕 금감위원장이 반대의 의견을 견지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윤 前위원장은 퇴임 직전 "산업과 자본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을 '대못을 박아 묶어 두는 것'"이라는 강한 표현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수장으로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논란은 규제완화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여서 공정위나 시민단체 등 금산분리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과의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생보사상장 18년 숙원 해결(?)=올해 보험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생보사 상장'이었다. 생보사 상장자문위원회가 작년 7월 상장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1월 최종안을 확정했지만, 상장차익의 계약자배분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계약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진통이 계속됐다.
하지만 4월초 생보업계가 1조5000억원의 공익기금을 출연하기로 결의하면서 실마리가 제공됐고, 금감위가 4월27일 생보사 상장을 위해 마련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함에 따라 18년을 끌어온 생보사 상장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진출, 방카슈랑스 이후 은행권의 영역 잠식 등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던 생보업계로서는 글로벌 성장 기반을 마련한 셈.
그러나 상장차익에 대한 계약자배분문제 등이 생보사측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쪽으로 결정됐다는 비판과 함께 보험소비자단체와 경제개혁연대 등 신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용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체계 조정 '속빈강정'(?)=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가맹점 업계의 불만제기와 함께 재래시장을 방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수수료 인하' 발언에 힘입어 지난달부터 중소가맹점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이 3∼4%대에서 2%대로 인하됐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가 부가가치세법상 간이과세자인 연 매출 4800만원 미만의 소규모 자영업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인하율도 기대에 못미쳐 속빈강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업계에서도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뱉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입장도 양분돼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들의 경영손익부분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사들은 현재 외형경쟁에 주력해온 부분에 대한 경영합리화를 통해 수수료인하에 따른 당기순이익의 감소를 충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BK로 시작해서 BBK로 끝난 국정감사=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금년도 국정감사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BBK주가조작에 집중됐다.
특히 BBK주가조작과 관련해 김경준씨를 제때 조사하지 않은 금감원에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고, 시장 담당인 박광철 부원장보는 임명된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업무에 익숙치 않은 김용덕 금감위원장을 대신해 의원들의 질의를 전담해 답변하는 국감스타(?)로 부각되기도 했다.
박 부원장보는 특히 특유의 고집있는 답변으로 일관해 정무위원장에게 "만담하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감독당국은 이부분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특검의 진행상황에 따라 또 한번 감독당국이 난처한 상황에 처해질수도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