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 시무식에서 "21세기에 걸맞은 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대장성 개혁 모델을 언급했다.
이 당선인은 "일본에 감탄하는 것이 우리로 하면 재무부인 대장성이다. 이게 그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 대장성을 없애는 조직개편을 했다. 일본 같은 전통적 관료사회에서.."라면서 일본 대장성 개혁을 본받아야 할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
이 당선인의 이러한 발언이 전해지자 경제부처에서는 그 진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재정경제부는 이 당선인의 발언이 재경부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먼저 공룡부처인 재경원을 해체했으며 이 때문에 기획조정기능이 약화돼 지적을 받는 것이므로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일본은 대장성에 예산과 세제, 국고 기능을 남겨둔 채 경제기획기능과 금융감독기능을 분리한 반면, 우리나라는 재경원을 해체하면서 경제기획기능을 뺀 예산기능과 금융감독기능을 각각 기획예산처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위임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우리나라 경제부처의 문제점은 재경부가 너무 힘이 없어 기획조정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당선인의 의중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재경부를 해체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일본의 사례를 관심갖고 지켜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우리가 공룡부처인 재경원을 먼저 해체했고 그 효과 분석도 아직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언급이 단순히 부처 규모 보다는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예전 재경원이 재경부와 기획처, 금감위 등으로 분리되면서 권한은 분산됐지만 대신 부처가 쪼개지면서 오히려 인력이 늘어나고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부처의 크기가 아니라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기획처는 이 당선인이 일본의 대장성 문제를 언급했지만 조직개편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금융.재정.세제 등을 장악했던 일본의 대장성은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경부는 이미 금융을 컨트롤하지 않고 있으며 재정에 대한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정부조직개편의 한 시나리오로 언급되고 있는 옛 경제기획원은 과거처럼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고 위험요인에 대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조직개편과 관련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당선인의 발언은 무엇보다도 규제완화 등을 통해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기업을 우대하며 정부와 관료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의지가 어떤 방식의 조직개편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