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감축‥'성역(?)' 대기업 조사건수 감축 검토
불성실 고소득사업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감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2008년, 격심한 변화가 예고된 시점인 만큼 국세청이 맡은 세무행정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조사행정, 세원관리 분야에 있어서 자의 또는 타의에 따른 유연하면서도 깊이 있는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세무조사 건수 감축(성실납세 기업 및 일자리 창출기업 세무조사 유예) ▲탈세방지를 위한 선진시스템 개발 ▲불성실 고소득자 관리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인수위도 이에 대해 "세무조사 건수를 감축하고 불법·탈법 조세탈루 적발시 철저히 징벌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또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인수위 보고 내용 자체는 앞으로의 국세행정방향을 담아낸 것과 다름없다. 이미 한상률 국세청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2008년 국세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개략적으로 제시한 바 있고 이를 인수위 보고를 통해 사실상 확정한 셈.
□ 세무조사 감축,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핵심은 세무조사 감축. 친(親)기업을 표방한 새정부의 정책방향을 지원하는 줄기 중 하나. 기업경영활동의 최대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는 세무조사를 줄여 기업들이 시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
국세청은 최근 1, 2년 동안 지속적으로 세무조사 건수를 감축해 왔다. 다만 성실납세를 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을 위주로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왔다.
국세청은 대기업, 특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기업(통상 외형 300억원 이상)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등의 혜택 부여를 검토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그 동안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비율은 꾸준히 적정선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 2006년에도 국세청은 외형 300억원 이상 대기업 6000여개 중 13% 정도인 800여개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직전년인 2005년에 비해 대기업 세무조사비율을 높인 바 있다.
현재 대기업에 대한 조사비율을 감축하는 방안으로는 세무조사 대상선정 잣대의 하나인 '장기미조사법인'에 대한 기준을 일정기간 늘리는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일자리 창출 대기업'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 이를 조사대상 선정시 반영해 전체적인 세무조사 건수 감축에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비율이 줄어든다면 대신 그 강도는 훨씬 강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한 장기미조사 연한을 늘리는 방법은 국세청 내부 규정에 불과한 것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사에 나설 수 있어 '무늬만 감축'이 될 공산이 크다.
□ "세금탈루자 처벌…불성실 고소득자 관리 강화"
고의로 조세탈루 혐의자에게 적용하는 가산세율을 현행 40%에서 100%까지 올려, 고의적 세금탈루를 차단하겠다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이 제시한 공약이었다.
인수위도 국세청 업무보고시 "불법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철저히 징벌하라"고 주문, 고의로 세금을 탈루하는 이들에 대해 적용되는 가산세율이 대폭 상향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성숙한 납세문화 조성을 위해 징벌적 가산세 상향조정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가산세율 상향조정은 국세청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세제당국인 재경부가 움직여야만 가능한 문제다.
국세청은 또 의사·변호사 등 불성실 고소득 자영업자 관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집중관리시스템' 구축도 착수할 계획이다. 특히 불성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재산 ▲소비성향 ▲신고내용 등을 통합·누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말 그대로 불성실 고소득 자영업자로 찍힌(?) 이들의 겉과 속을 샅샅이 파헤쳐 체계적인 시스템에 입력·관리해 세금탈루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자영업자들의 과표현실화 차원에서 현재 진행중인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 역시 중단없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
실제로 국세청과 인수위는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 과세 불형평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하고 새정부 출범 이후 이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국세행정개혁…부동산가격 동향 T/F구성"
최근 뼈아픈 사건(국세청장의 구속)으로 간판에 먹칠을 한 국세청은 현재 각종 쇄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국세청은 인수위에 이 같은 쇄신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8일 국세청은 고위직 감찰 전담조직인 '특별감찰팀'을 본격 가동시켰다.
인수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세행정개혁 T/F팀'을 구성, 선진국 세무행정 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해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새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국세청의 힘을 빌리겠다는 계산이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국세청내에 '부동산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하는 T/F팀도 구성해 시장동향을 면밀히 조사해 부동산 투기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이같은 국세청의 보고와 인수위의 주문이 국세행정을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