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9일 "양도세 때문에 이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요즘 양도세를 인하하게 되면 거래를 촉진시켜 집값이 내려가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합민주신당 김진표 정책위의장도 지난 8일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5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이 만난 자리에서 "양도세 인하는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도 이에 보조를 맞춰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위원이 "양도세는 거래 활성화와 관련된 문제"라며 "양도세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1가구1주택자에 대해 숨통을 조금 틔워주면 집 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양도소득세 인하대상은 1가구1주택자이면서 오랫동안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쉽게 말해 투기목적이 아닌 실제 수요에 따라 집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1세대1주택자로서 장기보유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조기에 낮추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현행 세법에서 1세대1주택자가 3년 이상 집을 소유(수도권은 2년거주 추가)했을 땐 어차피 과세가 되고 있지 않다. 세금이 없는데 세금을 낮춰준다니,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1세대1주택자라도 6억초과분에 대해서는 양도세 과세)을 가진 사람이 아닌 서민들의 입장에선 참 이상한 말로 들린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6억원이상인 1가구1주택자가 과연 몇명일까? 지금 나오는 1세대1주택자로서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인하론은 결국 좋은 집에 사는 사람들만 좋은 일 시켜주겠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다.
또 1세대1주택자는 살고 있는 집을 팔더라도 새로 살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집을 하나 팔고, 하나 사기 때문에 주택시장에 공급이 넘쳐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양도세를 낮춰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려면 그 정책의 목표는 1세대1주택자로서 고가주택을 소요한 자가 아닌 다주택소유자여야 한다. 국세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1세대3주택자가 저마다 집을 한 채씩 시장에 내놓으면, 시장엔 19만호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져 신도시 몇 개를 한꺼번에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다주택소유자들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계속 집을 가지고 있자니 공시가격의 실가반영비율이 높아져 엄청난 보유세를 부담해야 하고, 집을 팔자니 77%(주민세 포함)에 달하는 양도소득세가 부담이다.
과거엔 이 정도 세금쯤은 올라가는 집 값이 보상을 해줬지만, 주택시장이 안정된 최근엔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은행 빚 때문에 높아지는 이자부담도 이들에겐 걱정거리다.
그러나 3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낮춰주는 데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양도에 따른 소득은 개별적인 노력보다는 정부가 시행한 개발의 효과로 인한 것이어서 대표적인 불로(不勞)소득에 속한다.
더구나 이들은 정부가 누차 투기를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는데도, 이를 비웃듯 부동산에 돈을 묻었다. 결국 이들에 대한 양도세 인하는 정부의 말을 고분고분 듣기는 커녕, 정부정책과 정반대의 길을 걸은 사람에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양도세 인하에 따른 반대여론이 무서워 현행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도록 세율인하라는 물꼬를 터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양도소득세율 인하를 통해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집 값이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