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국장들이 자녀 혼사를 치르면서 축의금을 사양하고 있다. '조사국장은 축의금 사절'이라는 새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일까?
지난 19일 허병익 국세청 조사국장 장남 결혼식이 서울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국세청 전·현직 공무원을 비롯해 많은 하객들의 축하속에 치러졌다.
이날 결혼식장은 여느 식장과는 달리 하객들(신랑측)로부터 축의금을 일체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신 직장 선후배와 지인들이 보내온 화환과 축하객의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방명록은 보였다.
화환은 한상률 국세청장이 보낸 것을 비롯해 국회의원, 고려대 동문회와 향우회 및 기업 관계자들이 보낸 것들로 축의금을 대신해 결혼식을 축하하고 있었다. 또 직접 참석한 하객들은 축의금 대신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한 권의 방명록으로는 모자랐다. 그러나 축의금을 받지 않아서인지 많은 하객들이 잘 차려진 잔치상을 마다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국세청 핵심보직인 조사국장 자리에 있으면서 축의금 대신 화환과 방명록만을 허락한 것은 허 국장의 철저한 자기관리 이면을 반증한 것이라고 한 측근이 귀띔했다.
국세청 고위직이 자녀를 결혼시키면서 축의금을 사양한 것은 허 국장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6년 박찬욱 전 서울국세청장도 조사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장남을 결혼시킬 때 축의금을 일체 받지 않았었다.
국세청 조사국장 자리에서 여느 범부들처럼 폼나게 집안일을 치르겠다고 한다면 축의금과 화환이 넘쳐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 그러나 허 국장과 박 전 서울청장은 '말직'에 있을 때 수십년동안 자신들이 건네었던 축의금을 돌려 받는 것도 사양하고 하객들의 축하만을 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국세청 조사국장 자리는 그 위치에 맞는 트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대부분 국세공무원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자녀를 결혼시키려는 것은 축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있다"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선·후배 동료들과 지인의 축하만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충분히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