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이 청사내 사무실로 입주해야 한다", "청사내 공간도 부족하면서 무슨 소리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을 13부2처17청으로 개편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통폐합 및 이전 대상인 각 부처들이 입주할 사무공간 확보를 놓고 벌써 `기(氣)싸움'에 돌입했다.
20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통합의 주도권을 쥐게된 부처들은 느긋한 입장에서 통합대상 부처가 이전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합대상 부처들은 이른바 `점령'에 대한 우려감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조직개편과 법규정비 관련 태스크포스를 통해 각 부처의 인력과 공간 재배치문제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으나 광화문 청사와 과천 청사에는 이미 공간 부족으로 사무실이 흩어진 부처가 많은 상황이어서 부처간 힘겨루기로 인한 마찰이 예상된다.
◇ 재경부-법무부 20여년 갈등 재연(?)
재정경제부가 기획예산처와 통합한 기획재정부의 신설을 계기로 과천청사내 최고 명당인 1동 공간을 놓고 재경부와 법무부 간 오랜 갈등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신설될 기획재정부는 직원만 1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재 법무부와 함께 쓰고 있는 청사 1동을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쓰기를 원하지만 법무부는 이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과천청사 1동의 1층은 합동브리핑센터가 위치해 있고, 법무부는 2∼4층을, 재경부는 5∼8층을 각각 쓰고 있다.
양 부처간 자리다툼의 시작은 약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착공된 과천청사는 1982년 2동, 1983년 1동이 각각 준공됐고 법무부가 1동에 입주한 뒤 재무부가 3동에 입주한 것을 비롯해 상공부, 노동부, 동력자원부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광화문 근처에 있던 경제기획원은 1986년 법무부가 자리잡고 있던 과천청사 1동을 비집고 들어갔다.
기획원은 입주 당시부터 먼저 와있던 법무부에 1동 전체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시키지 못했고, 이후 재무부와 합쳐 재경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도 법무부에게 청사 이전을 부탁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재경부는 법무부에게 서초동 검찰청사 등으로 옮겨가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왔으나 법무부는 검찰청사 내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재경부는 기획예산처가 서초동에서 과천청사로 입주하면 법무부가 예산처의 서초동 건물로 이전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으나 조정이 원만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 "공간도 없는데 어디로 가나"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상당부분, 그리고 재정경제부의 일부까지 흡수해 실물경제 영역 전체를 한 손에 거머쥔 지식경제부로 재탄생하게 될 산업자원부도 청사 걱정이 적지 않다.
지금은 과천청사의 한 동을 농림부와 나눠쓰고 있지만 통합부처가 출범하게 되면100개 안팎의 과를 가진 1천500여명의 대조직이 돼 혼자 한 동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기 때문이다.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농림부 역시 농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될 예정이어서 기존 청사를 확보하기 위한 양 부처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본부만 6개국 520여명 규모인 농림부는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정책국, 어업자원국 등 150명 정도가 더해지고 보건복지부 식품정책팀 일부까지 흡수되면 700여명 수준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별도의 건물이 필요하다.
해수부의 해운 부문을 흡수할 건설교통부도 같은 건물에 입주해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부서가 나가고 그 자리에 해수부 직원들이 입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1996년 출범부터 줄곧 셋방살이를 전전해왔던 해수부는 각각 농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 환경부로 부처가 쪼개지면 어디로 가게 될 지 몰라 뒤숭숭한 분위기다.
해양부는 1996년 출범 당시 정부중앙청사나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자리가 나지 않아 강남구 역삼동 진솔빌딩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했고 이어 2000년 충정로 동아일보사, 2005년 3월 현대 계동 사옥으로 청사를 옮겨다녔다.
해양부 관계자는 "농수산식품부나 국토해양부 모두 청사내 자리가 없어 일부 직원들은 평촌 등에 별도의 사무실을 얻어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받는 부처에서는 인력을 최소한으로 받으려 할 테고 보내는 부처에서는 최대한 많이 보내려 할 텐데 그 공간이 어떻게 마련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원 등을 흡수해 금융위원회로 재편될 금융감독위원회도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의 공간 부족으로 인해 사무실을 옮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나 금감원과의 원활한 업무협조를 위해서는 여의도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중앙청사 별관을 쓰고 있는 외교부는 통일부의 정책 기능만을 흡수하게 될 경우, 별관에 일부 입주해 있는 국정홍보처 및 행정자치부의 사무실을 통일부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아직 국회심의 과정이 남아있지 않느냐며 어디에 입주할지 등을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