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풀 죽은' 주택거래 시장을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45%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80%이상으로 올린다는 것이 인수위의 방침. 이렇게 되면 1주택자들이 집을 내다 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한 세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현재 이와 관련한 입법안이 대통합민주신당 김진표 의원의 대표발의로(소득세법 개정안)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그러나 인수위가 제시한 명분을 충족시킬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일단 수혜대상이 너무 적다는 것. 또한 세부담을 완화해 준다고 해서 1주택자들이 매물을 '펑펑' 쏟아낼지도 의문점이다.
현재 실거래가 6억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세금이 전혀 없고(3년이상 보유시)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6억원 초과분에 한해)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부과된다. 다시 말해 높아지게 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게될 1주택자들이 내놓을 매물은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즉, 일반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소형주택이 아닌 '중대형 주택'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유세 부담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작은 집으로 옮길 계획을 가진 고가주택 장기보유 1주택자들만이 양도세 부담완화의 수혜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장기보유 특별공제, 현재 얼마나 적용되나
현행 법상 실거래가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1세대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가 없다.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양도차익이 얼마가 됐든 일정률의 양도세를 내도록 되어 있다.
6억원 이상 주택을 가진 1주택자라도 오랜 기간 동안 집을 보유한 장기보유자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행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3년 이상 보유를 기본원칙으로 삼아 매년 3%p씩 공제율이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결과적으로 15년 이상 장기보유를 하면 최대 45%까지 세금을 공제 받을 수 있다.
□ 장기보유 특별공제, 상향조정 효과는?
예를 들어 20년전 2억원에 매입한 주택이 값이 올라 12억원에 처분해 10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고 가정하자. 과세대상 양도차익은 6억원 초과분인 6억원을 전체 양도금액 12억원으로 나눠 5억원만 양도차익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현행 15년 이상 보유에 따른 45%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적용하면 양도소득금액은 2억75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소득세율 9∼36%를 구간별로 적용하면 실제로 내야할 양도소득세는 8640만원이 된다.
인수위의 방침대로 20년 이상 보유시 특별공제율을 80%까지 높인다면 양도소득금액은 1억원이 되고 양도세는 대폭 줄어 2340만원만 내면 된다. 실질 세부담액은 양도차익(10억원)의 2%를 겨우 넘는 미미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특별공제율을 20년 이상의 경우 90%까지 높인다면 실제로 내야할 세금과 실질 세부담의 크기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 양도세 완화 수혜대상자들은 누구인가?
현행 세법상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것은 6억원 이상(실거래가) 주택이다. 그렇다면 전국적으로 실거래가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몇 채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전국 600만4922채의 아파트 중 6억원을 넘는 주택은 지난 1월 4일 기준으로 전체 아파트 수의 8.52%에 불과한 51만1801채다.
이 중 35만1317채가 서울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 22만2787채가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수위의 양도세 부담 완화 조치의 수혜층은 50만명이 채되지 않고 그나마 강남권 등에 비싼 집에 사는 1주택자들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 가능해지는 셈.
이 가운데 다주택보유자를 제외하고 3년 미만 단기보유자까지 제외하면 수혜층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10년 20년 살았다면 앞으로 10년 20년 더 그 집에서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현재의 장기보유세대라고 한다면 이번 양도세 인하조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공산이 크다.
□ 다주택자 매물 '뚫어야 산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은 양도세 등 세부담 증가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여정부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분을 대폭 강화한 이유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에 대한 부담감을 높여 자연스럽게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2주택이상자에 대한 양도세는 일반세율이 아닌 50%이상의 세율을 부과, 세금부담을 크게 높여놨다.
2주택 이상자들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하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놓았다.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에게 거액의 양도세 부담을 지운 부동산 조세정책이 대출규제 등 여러 요인과 결합되면서 거래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되어 왔다.
즉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부담을 낮춰줘야 보유세 강화의 부수적 목적(매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한 조세전문가는 "참여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조세논리로 풀어내려고 한 것이 부동산 시장의 동결을 가져왔다"며 "극소수에 불과한 장기보유 1주택자들에게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 준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현행 고가주택 기준, 올려야 한다"
현행 고가주택 기준(6억원 초과)이 적용된 것은 지난 1999년의 일.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당시에는 합리적 기준이었지만 집값이 크게 오른 2008년 현재의 상황에는 다소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그 동안의 물가 및 집값 상승률을 반영해 고가주택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 고가주택기준을 상향조정할 경우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혜층도 늘어나 주택시장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가주택 기준 상향조정은 단순히 양도세 뿐만이 아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와 연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보유세 부담완화로까지 이어져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1999년 설정된 고가주택 기준을 물가와 집값 상승률 등을 반영해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고가주택 기준을 올릴 경우 정부가 얻는 양도소득세수 등이 줄어들 수 있지만 거래활성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