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제회계기준 본격 시행…회계법인들 준비는?
빅 4회계법인들은 2011년(2009년 허용)부터 상장회사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비해 자료 연구 및 자문 용역 경쟁이 한창인 반면, 중소회계법인들은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 4회계법인들은 지난해부터 삼성, LG, 대한항공, 한국전력공사 등의 대기업이나 국민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의 금융권을 중심으로 IFRS 전환 준비를 위한 자문 계약을 맺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빅 4회계법인들은 글로벌 회계법인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 몇 년 전부터 IFRS팀을 구성, 운영해왔거나 T/F팀이 로드맵 전후로 만들었고, 이미 IFRS를 도입한 국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준비를 해오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회계법인들은 아예 IFRS에 대비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T/F팀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소회계법인들은 사실상 인력이나 비용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IFRS를 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빅 4회계법인,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의 빅 4회계법인들은 IFRS팀을 구성해 IFRS 전환 준비를 위한 용역 계약(IFRS 도입 업무 3단계 중 1단계 수준)과 연구조사 및 전문가 영입 등을 준비해왔다.
또 기업들을 상대로 IFRS 관련 강의를 하고, 사내외 교육 실시 및 관련 책자, 해설서 발간 등을 해오고 있다.
빅4회계법인들 중에 IFRS 팀이 가장 먼저 구성된 곳은 삼일회계법인으로 2005년 6월에 IFRS팀이 구성됐다. 삼일회계법인은 2005년 1월에 EU에서 IFRS를 의무화한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도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팀을 만들게 된 것.
이어 한영회계법인이 글로벌 회사인 언스트앤영(E&Y)의 요청으로 2005년 10월 정도에 IFRS 팀을 만들었고, 지난해 1월쯤 팀이 체계적으로 구성됐다. 이후 호주 등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의 준비를 해왔다.
또한 삼정회계법인이 2006년 4월부터 IFRS 팀을 꾸려 연구조사 및 전문가 영입 등과 함께 IFRS 전환을 위한 준비단계 용역 계약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IFRS 도입 로드맵 발표 시점에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 IFRS 전문가 등을 영입했다.
안진회계법인 조성만 상무는 "외국에서 만든 것을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만 갖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 해외도입사례 연구 등 여러 측면에서 리서치를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IFRS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해야하므로 우리만의 마일리지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빅 4회계법인 중 일부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 자회사를 둔 유럽계 회사를 상대로 모회사와의 재무제표를 비교하기 위해 IFRS로 재무제표를 작성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삼일회계법인 이갑재 상무는 "(유럽계 회사의 재무제표는) 엄밀히 말하면 그들이 재무제표를 IFRS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며 "유럽 모회사와의 연결재무제표를 위해 IFRS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IFRS로 재무제표 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IFRS로 회계감사 계약 시장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갑재 상무는 "지금 하는 것은 전환계약도 아니고 전환을 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하는 3단계 중 1단계 수준으로 'IFRS 도입 업무 1단계'나 'IFRS 마스터플랜 자문 업무', '국제수준의 재무인프라 구축 자문 업무' 등이라고 할 수 있다"며 "2단계에 들어서야 비로소 전환용역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회계법인은 IFRS 준비 못하거나 뒤늦게= 중소회계법인들은 IFRS에 전혀 대비하고 있지 않거나 뒤늦게 팀을 준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중소회계법인들 중 외국회계법인과 제휴를 맺고 있는 회계법인들조차 IFRS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소속된 회계법인 중 빅 4회계법인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한 회계법인은 "IFRS에 관해 전혀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계법인은 "빅 4회계법인들은 이미 국제회계기준을 담당하는 업무부서가 조정됐다"면서 "우리도 T/F팀 준비 구성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외국회계법인과 제휴를 맺고 있는 몇몇 회계법인들조차 IFRS에 대비해 팀을 구성됐냐는 질문에 국제부를 연결해야 되느냐고 되묻는 등 "그게 뭐냐"는 반응도 나왔다.
인력이나 비용 등의 측면에서 빅 4회계법인들은 IFRS에 대비하기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반면, 중소회계법인들은 여기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는 상황.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려면 제도적으로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며 "인력이나 비용면에서 빅 4가 아닌 곳은 국제회계기준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회사들 위주로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는데 빅 4에 용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작은 곳에는 믿을 수가 없어서 맡기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면서도 "2009년이나 2010년쯤에 가면 (상장회사 중)작은 회사들도 전환 용역을 해 작은 회계법인에 (IFRS를)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IFRS에 따른 회계법인 시장 변화와 관련 "IFRS 용역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므로, 빅 4를 선호하는 기업들은 빅 4를, 중소회계법인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이들을 선호하게 되는 문제"라며 "IFRS로 인해 일시적으로 컨설팅 업무가 늘어나 빅 4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