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융 및 금융감독 전권 가지게 돼
금융위, 금감원 예산·인사·명령
금감원장, 금융위원 되는 대신 제청권
금융감독기구가 '금융위원회'라는 정부조직에 감독 전권을 주고, 현재의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의 하위기관이 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10년 전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감독조직의 모습과 비슷하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1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가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설치하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상수 의원 외 130명) 및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금융위가 금융 정책 및 제도, 금융기관 설립·합병 등의 인허가, 자본시장 관리감독 및 감시, 외국환업무취득기관 건전성감독 등 감독 정책 및 집행 등의 모든 전권을 갖게된다.
또한 금융위는 금감원의 예산권, 명령권을 갖게 돼 사실상 금감원을 하위기관으로 두게 되고, 금감원장 및 집행 간부 등의 인사권까지 관여하게 된다. 기존의 '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에 명시된 금감위의 권한이 거의 모두 금융위로 이관되는 내용이다.
이렇게 법에 제시된 내용만 놓고 보면 금감위의 권한이 금융위로 이관될 뿐, 금감원의 역할 및 위상에는 변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금감위가 갖고 있었던 감독규정 제·개정권과 인허가 및 제재 등의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역할 축소가 예상된다.
기존의 법에는 금감위 사무처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금감원이 금감위 지시를 받아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업무보조 차원에서 감독 규정 등을 행사해왔다. 또한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동일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도 금감원이 금감위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에는 '금융위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금융위에 사무처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돼 금융위 사무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해졌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직이 금지돼 금감원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잃게 된다.
현재 금감원이 비대위를 설치하고 독자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까지 새로 출범하게될 정부측이 내놓은 금융위 설립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무소불위 금융위…어떤 권한 갖게 되나=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위가 금융 및 금융감독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게 돼 있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재경부가 갖고 있는 업무와 함께 금융정책 및 감독 전반에 관한 업무를 모두 맡게 된다. 금융위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체 기구이지만, 금융위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금융위 사무처가 생겨 거대한 정부조직 탄생이 예고된다.
금융위로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와 이들의 자회사 등이 이관되기 때문에 금융위 사무처는 현재의 금감위 사무처보다 세 배 이상 확대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금융위는 ▲위원장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금감원장이 추천하는 금융전문가 1인 ▲금융위 위원장이 추천하는 금융전문가 2인 ▲지식경제부장관이 추천하는 경제전문가 1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하는 경제계 대표 1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금융위는 ▲금융에 관한 정책 및 제도 ▲금융시장 안정 ▲금융기관 감독 및 검사제재 ▲금융기관 설립·합병 전환 등의 인허가 ▲자본시장의 관리감독 및 감시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 ▲금융 및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관한 협상 ▲국제협력 ▲외국환업무취득기관의 건전성 감독 등 금융 및 금융감독 전반에 관한 모든 업무 담당하게 된다.
또한 금융위는 금감원장과 부원장 및 부원장보의 인사권에도 관여하게 된다. 금감원장은 위원장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원장과 부원장보는 원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금감원의 예산권 및 금감원의 업무를 지시 감독하는 데 필요한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장…금융위원 추천권 및 안건 상정 요청권=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사실상 재경부 금정국에서 만들어 인수위에 제출했다고 알려진 '금융위원회법' 및 '금융감독원법'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재경부안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금감위 위원 중 한 명을 금감원장이 추천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금감원장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안건 상정 요청권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위원으로 금융전문가 1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에서 바라던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이 되는 것은 사실상 무산된 셈.
또한 금감원장은 금감원의 업무로 돼 있는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업무 및 재산상황 검사 및 제재 등에 대해 금융위에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말 그대로 안건 상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므로, 금융위 위원들이 거부하면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법안에 있었던 금감원의 '금감위 및 증선위 업무보좌'가 삭제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감원의 업무를 지시 감독하는데 필요한 명령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삭제 유무와 관계없이 금감원이 금융위의 하위기관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