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부조직 '금융위'…관치금융의 폐해 우려
관치금융…"정책적 목적이 감독보다 우선해 문제
전문가, "공무원 조직부터 바뀌어야"
기존까지 금융감독기구는 지난 1998년,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설립됐던 당시부터 개편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금융감독의 법률과 정책, 감독 기능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감위, 금감원으로 나눠져 문제가 터질 때마다 비효율성 및 권한과 책임간의 혼선 등에서 늘 갈등을 빚어왔다.
그 때마다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의 통합(금융위)+금감원 ▲재경부 금정국+금감위·금감원 공적민간기구 통합 ▲재경부 금정국+금감위·금감원 정부기구 통합 등 세 가지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돼왔다.
이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첫 번째 방안을 채택했다. 이 안은 기존의 금감위·금감원으로 나눠져 있어 발생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법률과 정책을 한 곳에서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가 통합되는 금융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고 그 아래 금감위를 하위기관으로 두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관치금융의 폐해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금융감독기구가 상하 구조로 개편, 옛날 재경원(現 재경부)에 금융 감독 법률 및 정책 등에 관한 모든 전권이 집중돼 늘 감독보다 정책이 우선되고, 감독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10년 전의 모습과 비슷해졌다는 우려다.
□전봇대 5년 간 그냥 둔 사람들에게 금융감독을 맡긴다고?= 인수위가 발표한 금융감독조직 개편은 금융감독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고, 관치금융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인수위는 "금융위의 인력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해 관치금융의 소지를 불식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 위원을 대부분 민간인으로 구성하고, 가능하다면 외국인도 영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위 사무를 직접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금융위 사무처가 설립돼 인력규모를 최소한으로 통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무처의 조직과 정원은 대통령이 정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금융 및 금융감독 정책과 감독을 한 손에 쥐고 있는 금융위의 권한과 역할은 또 하나의 경제부처가 생기는 것과 맞먹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 업무 외에 재경부 소관이었던 금융정보분석원(FIU),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및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와 이들의 자회사 등까지 담당하게 돼 현재 금감위 사무처보다 세 배 이상으로 조직과 인력이 늘어나게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또한 금융위원들을 민간인이나 외국인 등 정치적 관련이 적은 사람들 위주로 임명한다고 해도 금융위 사무처에서 직접적인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 조직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똑같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단순히 재경부가 (금융정책 관련)법률적 기능을 갖고 있어서 금감위에서 제 역할을 못했던 것은 아니다"며 "금감위가 법률 제정권을 가져도 공무원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똑같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 (5년 만에 뽑힌 대불산단)전봇대 얘기가 나오는데, 그 전봇대를 몇 년 동안 그냥 놓아둔 사람들이 공무원 조직"이라며 "이런 사람들에게 금융감독을 맡긴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남 영암 대불산단의 전봇대는 트럭이 U턴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5년 동안 계속해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이명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뽑혀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로 유명해졌다.
□관치금융의 폐해…‘관이 취한다?’=관치금융(官治金融)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정부가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금융'이란 뜻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정부가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금융'형태가 나타나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한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관치'를 '관이 취한다'라고 말해 관치의 폐해를 농담 삼아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에서 금융감독에 관한 정책 및 감독을 모두 하도록 돼 있어 감독이 정책, 정치적 목적에 의해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정책과 감독을 함께 담당하게 되면 늘 정책적 목적이 감독보다 우선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관치는 정책적 목적이 늘 감독을 우선하게 돼 있다"며 "경기부양을 하려면 금융기관의 여신을 확대해야 하는데, 경기부양이라는 정책적 목적 때문에 금융기관 부실화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외환위기가 온 이유에 대해서도 "경기부양이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것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