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비리, 카드사 유동성, 외환은행 부실매각
2~3년에 한 번씩 조직개편 논란…그 때마다 조금씩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누구의 잘못인가
현재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처음 등장했다. 1998년 4월 금융 감독만을 전담하는 금감위가 국무총리 산하 정부기관으로, 이듬해 1999년 1월 민간조직인 금감원이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4개 기구를 통합, 금감위 산하로 들어갔다.
외환위기는 당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국민 세금 약 168조원을 쏟아 공적자금을 조성할 만큼 발등의 불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전문적으로 감독할 기관이 필요해졌던 것.
이전까지는 재정경제원(現 재경부)에 금융감독 법령 제정 및 개정권, 각종 인허가권, 금융 감독 등 금융관련 권한이 집중돼 있었다.
또 은행감독원은 한국은행에 속해 있었고, 나머지 증권원, 보험원, 신용기금 등은 재경원 산하에서 감독 기능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금융감독기구를 하나의 기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지금의 금감위와 금감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재경부 금융정책국에서 법률을, 금감위에서는 감독 정책을, 금감원에서는 감시·감독을 수행해 권역별에서 기능별로 금융감독기구가 나눠지게 됐다.
□2001년 벤처비리…금감원의 책임성 논란= 1999년 금감원이 출범한 후 2년도 되지 않아 2000년 말 '동방금고' 사건과 2001년초 대형 벤처캐피털 한국기술투자의 벤처비리가 터졌다.
금감원 간부가 동방금고의 대주주에게 불법으로 거액을 대출해준 사건이 터져 금감원의 신뢰가 추락하게 됐다. 이어 한국기술투자의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를 시작으로 벤처업계의 주가조작, 부당매매 등의 위법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감독기구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재경부에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이관하는 수준에서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금감원 설립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자 공적민간기구로서의 책임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성의 문제는 지금도 금감원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감독기구가 민간조직으로 돼야 하지만, 그 전제조건으로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금감원이 이 전제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2004년 카드사 유동성 위기…법률·정책·감독의 실패= 2003년 말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에 따른 부실규모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해 금감원의 허술한 감사가 논란이 됐다. 당시 LG카드의 순자산가액은 마이너스 약 3조원에 달했지만, 금감원은 두 차례의 특별 감사에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감독규정, 인허가를 담당하는 금감위에도 화살이 날아왔다. 재경부는 감독당국이 카드채 만기연장으로 위기를 봉합하려했기 때문이라고, 금감위는 재경부의 카드사의 대출업무 허용 및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폐지 때문으로 서로에게 책임을 미뤘다.
당시 정부혁신위원회에서는 금융감독 관련 모든 의결사항의 상정권한을 공무원 조직인 금감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으로 '더 강한 금감위'를 만드는 선에서 조직을 개편했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는 "2003년과 2004년 카드사 대란은 2000년, 2001년부터 문제가 됐던 게 폭발한 것"이라며 "2001년 4월에 금감위가 카드사의 내부건전성에 문제가 있어 카드사의 부대업무비율 제한 등에 관해 재경부에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재경부가 1년 뒤에 2002년 5월 정도에 시행령을 개정해 1년 동안 문제가 더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법률이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위 역시 정책과 감독업무가 분리되지 않아서 생기게 되는 독립성의 문제 및 정부조직이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얼마나 적기에 대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강대 이인실 교수는 "재경부 금정국과 금감위가 합쳐져 금융위가 돼 정책파트와 감독파트가 분리되지 않아서 생기는 중립성과 독립성의 문제와 금융시장이 급변해 과연 관료조직이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2006년 외환은행 부실매각…세 조직의 합작품=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으로 판단돼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부실매각 의혹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기구가 부적절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나 감독 조직 개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경부는 2003년 중순경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판단, 부실이 심각해 인수 주체로 론스타 외에 대안이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여러 사안을 감안하더라도 BIS비율 8~9%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당시 변양호 재경부 금정국장과 당시 이강행 외환은행장에 대한 론스타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배임혐의로 기소돼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금감위는 외환은행이 제시한 BIS 비율 전망치를 검증조차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 인수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 승인을 해준 책임이 있었다.
또한 금감원은 제대로 실사하지 않고, 단순히 외환은행이 보고한 BIS비율에만 의지해 금감위에 보고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외환은행 부실매각은 현재까지도 금감원에 발송된 외환은행 BIS 팩스 한 장에 대한 출처가 밝혀지지 않아 법정공방을 가리고 있는 중이다.
결국 외환은행 매각을 검토 지시한 주체인 재경부, 매각 결정의 판단자료인 BIS기준에 맞춰 매각을 승인한 주체인 금감위, 실제 BIS 감사를 한 금감원 등 세 기관의 합작품이 외환은행 부실매각을 불러오게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