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산주의 국가인 중.동부 유럽 각국이 해외 투자 유치와 이를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해 앞다퉈 '일률과세'(flat tax)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일률과세란 개인이나 기업이 벌어들인 금액과 관계 없이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조세 예측성과 간편성을 높이는 반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역진세 효과도 가지고 있다.
29일 부다페스트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불가리아와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는 올 1월부터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10%로 획일화하는 일률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써 에스토니아가 1994년 처음으로 일률과세를 도입한 이후 중.동유럽 국가 중에서는 헝가리와 폴란드, 크로아티아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 총 14개 국가에서 일률과세를 시행하게 됐다.
일률과세를 실시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은 그루지야.마케도니아 12%, 러시아.우크라이나 13%, 세르비아 14%(법인세 10%), 몬테네그로.체코 15%(법인세 각 9%, 21%), 루마니아 16%, 슬로바키아 19%, 에스토니아 21%(법인세 15%), 리투아니아 24%(법인세 15%), 라트비아(25%) 등이다.
일률과세는 역진세 성격으로 인해 서유럽의 대다수 선진국들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론적인 개념에 불과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동유럽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알바니아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3개 항목의 세율을 모두 통일, 명실상부한 일률과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해외 대기업 투자 유치가 가장 큰 목적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낼 경우 이에 비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는 곳보다 당연히 일정한 세율이 적용되는 국가를 선호한다.
일부 국가들은 일률과세는 실시하지 않지만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기도 한다. 알바니아는 이번 세제 개혁으로 법인세를 20%에서 10%로 내렸고, 보스니아 연방은 무려 30%에서 10%로 떨어뜨렸다.
일률과세는 또 조세에 대한 예측이 쉽고 납세도 간편해 세금 관련 제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고율의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했을 때 나타나는 조세저항이나 조세회피도 훨씬 적어 중장기적으로는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는데도 효과를 볼 수 있다.
PWC의 한 조세 전문가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지하경제가 급격히 발달하게 된 중.동유럽 국가들은 세수 확보와 외자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복안으로 일률과세를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헝가리처럼 재정적자가 심각한 나라들은 일률과세를 도입하고 싶어도 쉽게 시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일률과세가 조세회피를 줄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당장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세수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내다보며 결과가 불확실한 시스템을 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일부 야당과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률과세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헝가리는 주변 국가들과의 외자 유치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버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