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도입, 재벌기업 과세…'혁신 주도'
'탈세 블랙홀' 간이과세 도입은 아직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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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수장에 어떤 인재가 중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될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냈던 강만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 간사는 1970년 행정고시 8회 출신으로 국세청 일선세무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미 |
그는 지난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당시 실무책임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후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 세제 등 전반적인 조세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율은 낮게 가져가야 한다는 '감세'의 철학을 갖고 있으며, 재벌기업에 대한 과세, 단일관세율 폐지 등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1995년 세제실장 재임 당시 도입한 '간이과세제도'는 그동안 세금계산서 수취 문란 및 탈세 악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학계를 중심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제도이기도 하다.
□ "세율은 낮아야 한다"‥감세 선봉장= 강 간사는 지난 1994년 3월 9일부터 1995년 12월 25일까지 재무부(1994년 12월 재정경제원으로 통합) 세제실장으로 일하면서 두 번의 세제개편을 추진했다.
소득세율을 최고 45%에서 40%로 내렸고, 과표구간도 3000만원을 4000만원으로, 6000만원을 8000만원으로 높이는 대규모 '감세'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조정된 소득세 과표구간은 10여년간 유지되다가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약간 상향조정됐다.
양도소득세도 최고세율을 60%에서 50%로 인하했고, 상속·증여세율도 40%로 맞춰 이전에 비해 10~15%P 내렸다. 특별소비세율도 60%에서 25%로 낮추고, 6단계 세율구조를 3단계로 단순화했다.
법인세의 경우 최고 32%에서 단계적으로 28%까지 인하했다. 최근 인수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5년간 단계적 법인세 인하'와 유사한 정책이다.
강 간사는 지난 2005년 발간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삼성경제연구소)' 이라는 저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저세율의 단순한 조세제도는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도 유리하다"며 법인세 폐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혁신 주도형 조세정책‥'뚝심' 발휘= 과거 강 간사와 함께 일했던 재무부 출신 관료들은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기억한다.
재무부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각계 반대가 심했던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대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 배당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등 뚝심을 보였다.
세제실장 시절에는 법인세 감가상각의 내용연수를 단축 조정하고, 자산의 분류도 591개에서 8개로 대폭 줄였으며,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혁' 수준의 세제개편안을 추진했다.
이후 관세청장을 거쳐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돌아온 그는 당시 8%의 단일세율로 부과되던 관세를 품목별로 나눠 원자재를 인하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품목은 인상하는 등 대대적인 조정을 단행했다.
□ 부가세 '간이과세' 도입, 탈세 논란은 여전= 강 간사가 도입한 혁신적 제도 중에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1995년말 세법개정 이후, 이듬해부터 시행된 간이과세제도는 영세사업자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일정규모 미만의 개인사업자에 대해 매출액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부가세 과세특례제도 위에 다시 간이과세제도를 신설하면서 세금계산서 수수질서는 더욱 문란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부터 부가세 과세특례는 사라졌지만, 간이과세는 여전히 자영업자의 세금탈루를 유발하는 '탈세 블랙홀'로 꼽힌다.
현재 연 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자가 간이과세 대상에 포함되는데, 세무대리업계에서는 일반과세를 적용 받아야 할 사업자들이 고의적으로 매출을 축소, 간이과세의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세금계산서 수수가 문란해지고, 탈세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성순 단국대 교수는 재정학회 보고서에서 "과소보고한 매출액이 노출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미수취, 세금계산서의 상호대사를 통한 탈루방지라는 부가세의 장점을 축소시킨다"며 "공평과세 원칙을 훼손하는 간이과세제도는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전문가도 "간이과세는 기장능력이 없는 사업자에 대한 배려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매출을 줄이는 등 제도 하에 숨어서 악용하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연 2400만원 미만 면세사업자 기준을 유지하면서 간이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에서도 간이과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한다는 원칙 아래, 단계적으로 대상자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간사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중용되면 직접 만든 간이과세제도에 대한 논란의 해법을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지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프로필>
▲1945년 경남 합천 생
▲경남고, 서울대 법대, 미국 뉴욕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행정고시 8회
▲1970년 국세청 일선세무서·재무부
▲1985년 주 미국대사관 재무관
▲1994년(3월) 재무부·재정경제원 세제실장(94년 12월 경제기획원-재무부=재정경제원 통합)
▲1995년(12월) 관세청장
▲1996년 통상산업부 차관
▲1997년 재정경제원 차관
▲2000년 디지털경제연구소 이사장
▲2003년 한나라당 제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
▲2005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
▲2007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정책조정실장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