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일선세무서 조사과 등 4천여 조사요원의 '컨트롤 타워'
국세청이 국가정보원, 검찰 등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이라는 그닥 달갑잖은 시선을 받은 이유 중 하나가 국세청이 가진 '세무조사권' 때문이다. 국세청은 기업 및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권한이 뿜어내는 '포스(force)'는 강력하다 못해 무시무시할 정도. 현재는 유사한 사례가 없지만 불과 십 수년 전 만해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인해 기업이 통째로 공중분해 된 사건이 종종 있었다.
아울러 세무조사권한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국세청은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지난 1983년 국세청이 한창 레저산업으로 뜨고 있던 명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당시 명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두고 세간에는 소문이 무성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 그리고 명성그룹의 돌출행동(신문광고를 통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비판)등이 겹쳐지면서 결국 명성그룹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발산하며 기업 등에게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세무조사의 힘은 인재들이 모여 있는 '국세청 조사국 조직'에서부터 나온다.
국세청 조사국 조직은 세무조사와 관련한 기획 및 분석, 정보 수집, 현장 세무조사 등 각 파트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커다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는 조직이다. 국세청 소속 조사요원들은 본청과 지방국세청, 일선세무서 조사과 등 전국적으로 4000여명이 세포처럼 거대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두뇌집단이다.
□ 세무조사 '브레인'…국세청(본청) 조사국= 국세청 본청 9층에 자리잡고 있는 국세청 조사국. 지난 2003년부터 실시된 '비노출 제도'로 인해 국세청 조사국은 다른 부서와는 달리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국세청 조사국은 전국 지방국세청과 일선 세무서에 산재한 조사조직을 컨트롤하고 행동지침을 내려주는 '콘트롤 타워'다.
국세청 조사국은 조사국장을 필두로 ▲조사기획과 ▲조사1과 ▲조사2과 ▲국제조사과 ▲세원정보과 등 총 5개과로 나뉘어져(과는 여러 개의 '계'로 또 세분화되어 있다) 각자 업무가 분업화되어 있다.
조사기획과는 국세청이 실시하는 세무조사 업무를 총괄 기획·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세무조사사무처리규정 등 세무조사와 관련한 법규와 제도 운영 및 제·개정 업무도 총괄하고 있는 부서다.
조사1과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35만 법인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기획 및 관리업무를 도맡아하고 있다. 또한 법인의 주식·출자지분 변동상황도 면밀히 스크린 한다. 아울러 법인 관련 탈세제보에 대한 심층 분석도 주업무다.
조사2과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양도·상속·증여·부동산 관련 세무조사 기획 및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가짜세금계산서 등 유통질서 문란행위와 관련한 각종 탈세정보 분석업무도 관할하고 있다.
국제조사과는 말그대로 국내법인 등이 아닌 '외국기업 및 외국인 투자법인' 등에 대한 조사계획 수립 및 탈세정보 분석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국제거래에서 나타나는 중요탈세유형 등에 대한 분석, 국제거래를 통한 국부유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국제조사과의 임무.
세원정보과는 국세청 내에서 각종 정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부서다. 정보맨들이 모여 있는 곳이 세원정보과다. 세원정보과는 기업 및 개인에 대한 탈세정보 등을 수집해 기초적인 분석을 한 뒤 실제 조사업무를 진행하는 부서로 넘기는 것이 주업무다.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는 각종 탈세관련 내용도 샅샅이 찾아내 가려낸다. '뜨내기성 정보'를 걸러내고 실질적으로 '돈 되는' 가치가 있는 탈세정보를 수집해 공급해 주는 역할. 전국 일선 세무서에 산재해 있는 정보맨들이 건져 올리는 각종 정보를 '유용한 물건'으로 만드는 셈.
□ 국세청 조사국에서는 어떤 일이?= 국세청 조사국은 그물망처럼 퍼져 있는 세무조사 전담요원들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침을 내리는 부서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개괄적인 업무내용은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할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세무조사 요원들은 본청 조사국 직원들이 아닌 지방청이나 일선 세무서 소속 조사요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 조사국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내심 밝혀지지 않았어야 할 사건들에 연루되어 뜻하지 않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본인 및 친인척과 관련한 '재산검증' 문제가 터져 나왔다.
국세청이 조사국 직원들을 동원해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당선인과 관련한 재산검증을 실시했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청와대 등에 제공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토록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던 것.
이 문제로 국세청 조사국은 한 동안 여론의 눈총을 받았으며 국정감사 등에서도 정치적인 공세로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대상이 대통령 후보(현재는 당선인)이었기 때문에 민감하게 작용했을 뿐 세간에 떠돌거나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탈세관련 의혹을 내부적으로 검증하고 분석하는 것은 국세청 조사국 본연의 업무에 속한다.
□ 국세청 조사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국세청 조사국을 이끄는 조사국장은 국세청 내에서 최고의 요직으로 꼽힌다. 조사국장을 거쳐 국세청장에 오르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 구속수감 중인 전군표 前청장과 한상률 現청장도 조사국장을 지냈다.
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허병익 국장(행시 22회)이다. 허 국장은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서울에서 고등학교(신일고)와 대학교(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조사기획과장은 송광조 과장(부이사관)이다. 송 과장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대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7회이며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 중이다.
조사1과장은 김명섭 과장(부이사관, 특승, 1950년 강원 원주)이며 조사2과장은 박인목 과장(특승, 1951년 경남 고성)이 맡고 있다. 국제조사과는 한승희 과장(행시 33회, 1961년, 경기 화성)이 이끌고 있다.
세원정보과는 박동렬 과장(특승, 1953년, 경북 경산)이 맡고 있다.
본청 조사국에는 조사국장 및 이들 5명의 과장들을 포함, 110여명의 조사요원들이 포진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