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합친 금융위원회 설립과 관련 11일 오전 경제·금융 학자 147명이 반대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이날 오후 있었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선 금융위원회 신설에 대한 동의가 싱겁게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금융 학자 일각에선 이날 공청회에는 대부분 금융위 신설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만 참가했다는 지적이 제기, 앞으로 법안 개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금융 학자 147명이 이날 재경위 공청회와 맞대응할 뜻을 밝혔고, 이들의 분명한 입장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감독 기능을 민간기구에 맡겨야 한다는데 입장이 모아져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위원회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원장의 겸임금지 등이 특징이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금융위 위원에 금감원장을 배제하는 내용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회의에 금감원장을 참석시키는 방법으로 발언권을 부여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복 서강대학교 교수는 "금감원장의 당연직 위원 참여시 금융위 정책과 금감원 집행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 등을 심의 의결해야 하므로 직접 이해당사자인 금감원장을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분리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 등의 소관업무와 관련 금감원장에게 금융위 열석발언권을 부여해 금융감독기구의 의견이 금융 및 감독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우 서울대학교 교수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나 금감원장을 금융위 당연직 위원에서 제외시키되, 정책과 집행기관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감독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금감원장과 예보사장에게 출석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에 안건상정요청권만 부여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오갑원 인천세계도시엑스포보위원장(前 통계청장)은 "금감원장의 금융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위원이 아닌 자에게 안건 상정권을 부여하기 곤란하다"며 "동일사안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안건을 상정할 경우 양 기관의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 정책 마찰 등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우 교수는 "금감원장에게 별도의 안건상정요청권을 부여하되 금감원장의 안건상정 요청이 있는 경우 금융위장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해 금감원과 금융위 상호간 원활한 의사소통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 위원으로 누가 참석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각기 의견을 달리했다.
이상복 교수는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는 금융위가 관치금융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선 금융기관에 의하면 금감위나 금감원이나 자기들로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어차피 누가 치(治)해도 관계없으니 창구가 단일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개선을 강구해야 할 문제는 실질적 측면에서의 갑치(甲治)의 폐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며 "신설되는 금융위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 외부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금융위 위원장에 기획재정부 차관과 한국은행 부총재 대신 민간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우 교수는 "개정안에는 금융위 위원에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법률전문가 1인을 삭제하고 있으나, 법률전문가의 수를 2인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전문가의 수가 감소되는 문제는 금융관련 법률전문가를 위원으로 임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존처럼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의 3원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 안에서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찬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외 금융관련 법 재·개정권은 재경부, 감독정책권은 금감위, 감독집행권은 금감원이 행사하도록 한 3원화돼 있는 금융감독체계가 금융감독 중립성과 효율성, 세 기관의 견제와 균형 등의 측면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감위 사무처 설치를 법률화하고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하고, 감독정책권과 감독집행권을 명확히 구분하며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분리해 금감위에 의한 금감원 통제하는 법 취지를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