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최근 지난 2002년 있었던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과 관련, 역합병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 중의 하나인 특수관계자 여부를 따질 때 "우선주도 발행주식총수에 포함시킨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파장이 일고 있다.
재경부 유권해석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 합병이 역합병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못박은 것이라면 하나은행은 개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무조사를 통해 1조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 당할 상황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합병이 되려면 특수관계자 등의 요건 외에도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한 목적의 합병'이라는 대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하나은행 합병이 조세부담의 부당한 감소목적인지 여부에 대해선 과세관청인 국세청의 최종적인 판단이 뒤따라야 하는 것.
19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재경부는 지난 주말 역합병 여부를 따질 때 중요한 판단기준인 특수관계자 요건과 관련 "발행주식총수에는 우선주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국세청에 통보했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할 때인 2002년 당시 법인세법에서는 ▲결손금이 많은 법인을 합병 이후 존속법인으로 하고 ▲합병등기일 이후 2년 이내에 합병법인의 상호를 합병으로 소멸하는 법인의 상호로 변경 등기할 것을 역합병 요건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역합병이 되려면 동일인이 2이상의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30% 이상을 각각 소유하거나 출자하고 있는 법인간의 합병일 것도 요건으로 돼 있다.
당시 하나-서울은행의 합병과 관련해선 예금보험공사가 서울은행지분은 100% 쥐고 있었지만,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예보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포함해야 30% 이상을 소유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번 유권해석은 하나은행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 셈.
조세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재경부 유권해석이 나왔어도 실제 국세청이 하나은행에 1조원이 넘는 세금을 과세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과세에 앞서 하나-서울은행 합병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2002년 정부 스스로가 주도해서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매각할 때 합병이 이뤄질 때 세금감면 혜택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었고, 정부에 부응해 서울은행을 인수한 하나은행이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하나은행 측도 이와 관련 "서울은행 인수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월결손금 공제로 인한 세금절감효과까지 감안,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데 가장 유리한 하나은행을 선택한 것"이라며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을 뜻은 없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결정과 국회보고 등 모든 합병과정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진행됐고, 청부차원에서 이뤄진 합병이어서 정부결정을 신뢰하고 따른 은행과 이해관계자의 신뢰보호 차원에서도 과세는 부당하다는 것이 은행측의 설명이다.
당시 최경수 세제실장도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합병할 경우엔 이월결손금 공제를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는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역합병에 따른 조세감면혜택을 하나은행이 인정해주기로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국세청이 하나은행에 과세를 하려면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이 있었다'는 부분을 입증해야 하는데, 하나은행이 혼자서 몰래 꼼수를 쓰지 않는 상황에서 '부당성'을 주장하기엔 무리가 따르게 되는 것.
한편,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금고지서를 보내오면 납부기한 안에 일단 납부할 것"이라며 "그 다음 적절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혀 국세청의 세추징이 이뤄질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