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硏, 새 정부 세제개혁 로드맵 제시
비효율적 조세구조‥위헌요소, 국제추세 역행 지적
"성장잠재력 확충 위해 세부담 완화, 효율성 제고해야"
우리나라의 현행 조세제도가 비효율적인 구조로 돼 있고, 일부 세목에서는 위헌요소를 내포하거나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세부담을 완화하고, 비과세·감면제도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차기정부의 공공부분 개혁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세제개혁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는 앞으로 나아갈 조세정책방향에 대해 전반적인 감세정책을 비롯해 법인세율의 단계적 인하,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의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이는 새 정부의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밝혀 온 조세정책방향과도 일치하는 것. 이 보고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제출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현행 조세제도 문제점은?=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이 증가추세에 있으며, 이는 선진국의 정체·감소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1998년 21.0%에서 2008년 28.8%로, 조세부담률은 17.6%에서 21.2%로 높아졌다. 이와 관련 한경연은 "지난 10년간 선진국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 정체 또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세와 지방세의 세목수(31개)가 많고, 다중부과 형태의 세목(교육세·농특세 등의 Sur-tax)이 많기 때문에 조세체계가 복잡해지고 높은 행정비용과 납세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가가치 항목마다 두 번 이상 과세되고 있고, 법인의 당기순이익은 부가가치세, 법인세, 그리고 소득세 등 세 번 또는 그 이상 과세되고 있는 등 비효율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너무 과도한 세율이 부과돼 부동산 동결효과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1세대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양도차익의 50~60%의 높은 세부담에 직면하는 것은 '반액과세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누진구조를 가지면서 세대단위로 합산과세하는 종부세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부당한 차별적 불이익을 주는 위헌적 요소를 내포한다"며 "동일 과세물건에 대해 보유와 양도단계에서 이중으로 과세한다는 논란의 소지도 있다"고 꼬집었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캐나다는 1972년, 호주는 1977년, 뉴질랜드는 1992년에 상속과세를 폐지했고, 미국도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유산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증여세는 존속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우리나라의 상속과세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상속과세는 유산과세형으로 돼 있어 조세논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부의 분산효과가 미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증여과세에 포괄주의를 도입함으로써 과세권자에 제한 없는 유추해석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과세기관에 폭넓은 재량적 판단권을 부여해 이를 남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 해결방안은?‥"세부담 줄이고, 비과세·감면 재검토 필요"= 한경연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체계를 단순화하고 과세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세체계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세금에 세금이 부과되는 다중부과 방식의 세목을 폐지하고, 목적세 형태로 부과되는 세목을 폐지한 후 일반세로 전환해 재정운용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인세는 국제적 추세에 맞게 한계세율을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주민세소득세할을 폐지해 실질세율 인하 효과를 주는 한편, 배당수입의 이중과세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인소득세의 경우에도 최고세율구간을 상향조정하고,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등 실효세율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경연은 비과세·감면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세제 단순화와 과세기반 확대를 추구하고, 세수입이 증가하는 만큼 세율을 인하해 세부담 증가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
또한 세금부담 격차를 과도하게 유발하는 높은 양도소득세율을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도 과세범위 축소와 세율 하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부세의 경우에는 위헌소지가 있는 세대합산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적절한 시기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고 지적된 상속세는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중단기적으로는 자본소득세 수준의 세율인하와 함께 금융실명제 전환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