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수부가 존치돼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으나, 정상적인 정부출범을 위해 결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8일 새 정부 조각 내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뒤 이틀 만에 강경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해양부 폐지'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급선회한 것.
손 대표는 민주당-한나라당 원내대표간 협상에서 `해양부 폐지, 여성부 존치'로 최종 타결되면 이를 전폭 수용하는 형태로 조직개편 협상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손 대표가 강경 `가이드라인'을 철회하고 양보의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보다 새 정부 파행 출범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의 조각발표 강행 이후 양보없는 대치국면이 계속되자 손 대표는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대응하면서도 `새 정부의 출범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한나라당의 공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직개편안이 해결되지 않은 채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국정공백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4.9 총선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이 같은 관측을 반영하듯 기자회견에서 "정상적인 출범을 위해 결단코자 한다"며 "이명박 당선인의 독선이 파국을 불러왔지만 국민을 위해 잘잘못을 따지고 있을 수 없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당초 18일 양당 원내대표간 협상에서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그날 저녁 이 당선인이 조각명단을 전격 발표하자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있는가"라고 개탄하며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일단 `강공'을 이어가면서도 전날 저녁 참모회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밤 사이에 최종결심을 굳히고 기자회견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정국경색을 감수하면서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에 맞서는 과정에서 야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확보하고 내부를 단결시켜 총선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변인은 "손 대표는 애초 조직개편 문제를 총선까지 끌고 갈 생각은 없었고, 원만하게 합의해 해결할 계획이었다"며 "이 당선인의 일방적 내각명단 발표로 협상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손 대표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새 정부 출범이 축복 속에 진행되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손 대표가 양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 등 지도부는 18일 협상타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는데 이 당선인이 그날 저녁 내각발표를 강행해 놀랬다"며 "하지만 손 대표는 현 상황이 잘못됐지만 국민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